AI 뉴스 답변, 51%가 왜곡...
BBC는 어떻게 신뢰를 설계하는가
한국언론진흥재단, 2026 해외 미디어 동향 3호 발간
「BBC의 AI 거버넌스와 저널리즘 혁신: 생성형 AI 시대, 신뢰는 어떻게 설계되는가」
BBC 뉴스룸 취재로 살펴본 생성형 AI 원칙과 조직 체계, 파일럿 사례
생성형 AI가 뉴스 제작과 유통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 가운데, 영국 공영방송 BBC는 기술 도입 속도보다 이를 뒷받침하는 원칙과 책임 체계를 먼저 세우는 방식으로 인공지능 시대에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김효재)은 『2026 해외 미디어 동향』 제3호 「BBC의 AI 거버넌스와 저널리즘 혁신: 생성형 AI 시대, 신뢰는 어떻게 설계되는가」를 발간하고 BBC의 AI 원칙 수립부터 조직 운영, 실제 파일럿 사례까지 종합적으로 조망하였다.
이번 보고서는 2019년 BBC에 입사해, 현재 편집 품질 및 기준 준수(Editorial Quality and Compliance) 부서에서 활동 중인 이윤녕 선임기자가 집필했다. AI 거버넌스 수립 현장에 8년간 근무하며 내‧외부 변화를 직접 경험한 기자의 시선을 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BBC가 2025년 2월 발표한 자체 연구는 AI 거버넌스가 왜 필요한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챗GPT(ChatGPT), 코파일럿(Copilot), 제미나이(Gemini), 퍼플렉시티 AI(Perplexity AI) 등 주요 생성형 AI 서비스 4종에 BBC 뉴스 관련 질문을 입력해 답변을 평가한 결과, 51%가 어떤 형태로든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BBC 콘텐츠를 출처로 제시한 답변 중 19%는 사실관계나 숫자, 날짜가 틀렸고, BBC 기사에서 가져왔다고 표시한 인용문 가운데 13%는 실제 기사에 없거나 내용이 바뀐 것으로 확인됐다. BBC는 이런 문제를 단순한 ‘환각(hallucination)’을 넘어선 ‘왜곡(distortion)’으로 규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확보가 AI 활용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국내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25 한국의 언론인』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자의 58.1%가 이미 생성형 AI를 직무에 활용하고 있으며, 이 중 23.0%는 사실 확인‧검증에도 AI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정작 AI의 정확한 정보 제공 능력에 대한 평가는 5점 만점에 2.74점으로, 조사 항목 중 가장 낮았다. BBC의 가체 검증 결과와 국내 기자들의 인식이 ‘AI가 내놓는 정보를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라는 동일한 문제점을 지적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BBC는 2024년 2월 ‘인공지능 사용에 관한 지침(Guidance: The Use of Artificial Intelligence)’을 통해 △공공의 이익 최우선 △기자의 전문성과 창의성 우선 △시청자에 대한 개방성과 투명성이라는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이 원칙은 이후 조직 차원의 거버넌스 체계로 이어져, BBC는 현재 ‘책임 있는 AI(Responsible AI)’ 팀과 함께 편집 정책·법률·데이터 보호·정보보안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가 참여하는 ‘AI 리스크 자문 그룹(AI Risk Advisory Group, AIRA)’을 운영하며 다층적인 검토 구조를 갖추고 있다. 특히 뉴스, 시사, 사실 기반 저널리즘 영역에서는 AI가 만든 결과물을 사람이 검토하지 않고 그대로 내보내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BBC는 이런 원칙을 조직 전반에 뿌리내리기 위한 실행 체계도 함께 갖췄다. 전 직원이 이수해야 하는 기본 AI 교육과 콘텐츠 제작자 대상 심화 교육, 업무 절차를 구체적으로 안내하는 내부 ‘AI 핸드북’과 ‘AI 체크리스트’, 그리고 뉴스룸 각 부서에서 선발된 약 40명이 동료의 AI 활용을 돕는 ‘AI 슈퍼유저(AI Superusers)’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이다.
BBC가 실제 뉴스룸에서 진행 중인 다양한 생성형 AI 파일럿 사례도 소개했다. 긴 기사의 핵심을 요약해 보여주는 ‘한눈에 보기(At a glance summaries)’, 지역 언론 기사를 BBC 뉴스 스타일에 맞게 다듬는 ‘BBC 스타일 지원(BBC Style Assist)’, 청각장애·난청 인구를 위한 BBC 사운즈(BBC Sounds) 자막 자동 생성, 축구 팬을 위한 맞춤형 오디오 브리핑, 폴란드어 뉴스 서비스 ‘BBC 뉴스 폴스카(BBC News Polska)’의 AI 번역 활용 등이 그 예이다. 이 파일럿에서 AI는 초안 작성이나 정보 정리 등 보조적 역할에 국한되고, 최종 검토와 게재 여부에 대한 편집 판단은 예외 없이 사람 기자와 편집자가 맡는다는 공통점이 확인됐다.
보고서는 BBC 사례가 주는 시사점으로 AI 시대 언론의 경쟁력이 기술 도입 속도가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원칙과 책임 구조에 달려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이윤녕 선임기자는 한국 언론에서도 생성형 AI 활용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퍼지고 있는 만큼,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넘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로 논의의 축을 옮겨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보고서 전문은 한국언론진흥재단 홈페이지(https://www.kpf.or.kr)의 미디어> 정기간행물> 해외미디어동향 코너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으며, 해외 미디어 동향 뉴스레터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26년 해외 미디어 동향은 정기 4회와 수시 보고서로 발간될 예정이며, 연간 발간 내용을 종합한 통합본은 올해 12월 온라인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산업분석팀 나인선(☎ 02-2001-7752)에게 연락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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