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팩트체크 기관 4곳 중 3곳이 재정적으로 위기 상황인 가운데, 생성형 AI라는 새로운 변수까지 더해지면서 팩트체크 생태계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김효재)은 『2026 해외 미디어 동향』 제2호 「생성형 AI 시대, 세계는 어떻게 허위정보에 대응하는가?」를 발간하고, 세계 최대 규모의 팩트체크 콘퍼런스인 GlobalFact 2026 참관, 글로벌 팩트체킹 커뮤니티 아카이브 분석, 대만 현지 취재를 바탕으로 각국의 허위정보 대응 전략과 시사점을 담았다.
GlobalFact 2026 현장에서 공개된 수치는 팩트체크 기관의 위기감을 뒷받침한다.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nternational Fact-Checking Network, IFCN)가 공개한 「2025 팩트체커 현황 보고서(State of the Fact-Checkers Report 2025)」에 따르면, 전 세계 팩트체크 기관의 76%가 재정적으로 취약하거나 위기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 지원이 줄어드는 가운데, 팩트체크 업계 전체가 새로운 생존 모델을 찾아야 하는 기로에 놓였다는 진단이다.
재정 위기 못지않게 주목한 것은 생성형 AI 자체가 검증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다. 코소보의 팩트체크 기관 하이브리드 인포(Hibrid.info)가 챗GPT, 중국의 딥시크(DeepSeek), 러시아의 앨리스(Alice)에 동일한 질문 100개를 입력해 비교한 결과, 모델에 따라 답변이 크게 갈렸다. 특히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일수록 개발국의 상황을 반영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이는 국내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된 문제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발표한 「2025 한국의 언론인」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자의 58.1%가 이미 생성형 AI를 직무에 활용하고 있으며 이 중 23.0%는 사실 확인·검증에도 AI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정작 AI의 정확한 정보 제공 능력에 대한 평가는 5점 만점에 2.74점으로, 조사 항목 중 가장 낮았다.
이번 보고서의 가장 큰 특징은 글로벌 팩트체킹 생태계가 지난 수년간 어떤 구조적 변화를 겪어 왔는지를 구체적으로 추적했다는 점이다. 정재철 팩트체크 전문기자는 IFCN의 이메일 아카이브 4년 5개월분을 국내 최초로 분석해, 글로벌 팩트체킹 생태계의 변화를 네 가지 흐름으로 정리했다. 팩트체커가 사실 검증의 주체에서 공격의 표적으로 전환된 현상, 9년간 지속된 플랫폼 협력 모델의 종료, 생성형 AI가 위협인 동시에 검증 도구로 자리 잡은 변화, 독자의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팩트체크 기관의 재정적 취약성이 심화된 현실이 그것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복합적 위기 속에서도 국제적 협력 네트워크가 팩트체킹 생태계를 지탱하는 핵심 동력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한 기관의 요청에 33분 만에 국경을 넘어 답변이 오가는 사례는, 긴밀한 국제 공조가 현장의 대응력을 어떻게 뒷받침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나아가 향후 지속 가능한 정보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AI 기술 자체보다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투명한 운영 원칙, 안정적인 국제 협력 네트워크가 더욱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또한 동아시아 최초로 IFCN 인증을 받고 국제사회에서 팩트체킹 관련 모범으로 손꼽히는 대만 사례를 담았다. 대만은 11년 연속 해외발 가짜뉴스 공격을 가장 많이 받는 국가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아닌 민간이 주도하는 타이완팩트체크센터(Taiwan FactCheck Center, TFC), 코팩츠(Cofacts), 마이고펜(MyGoPen) 세 기관이 역할을 분담하며 팩트체크 강국으로 부상했다. 국민 90% 이상이 사용하는 메신저 라인(LINE)을 검증 인프라로 삼아 86만 명이 넘는 이용자와 8만 7,000건에 달하는 팩트체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점이 특히 주목된다. 다만 구조적 한계도 드러났다. TFC 예산의 절반 이상이 메타와 구글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제사회가 모범 사례로 꼽는 국가조차 플랫폼 지원이 끊기면 흔들릴 수 있는 취약성을 안고 있다는 의미다.
해외 미디어 동향 2호 보고서는 GlobalFact 2026 국제 논의, 전문가 분석 및 대만 현지 사례를 통해 생성형 AI 시대 허위정보 대응은 개별 기관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AI 기술, 시민 참여, 언론, 플랫폼, 국제 네트워크가 함께 작동하는 협력 생태계 구축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앞으로 허위정보 대응의 경쟁력은 개별 기관의 기술력이 아니라 AI, 언론, 시민사회, 플랫폼, 국제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협력 생태계 구축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 전문은 한국언론진흥재단 홈페이지(https://www.kpf.or.kr)의 미디어> 정기간행물> 해외미디어동향 코너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으며, 해외 미디어 동향 뉴스레터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26년 해외 미디어 동향은 정기 4회와 수시 보고서로 발간될 예정이며, 연간 발간 내용을 종합한 통합본은 올해 12월 온라인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붙임 2026 해외 미디어 동향 2호 본문 1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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