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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범은 정파적 뉴스 소비
무엇이 팩트를 가리나

등록일 : 2020-07-03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언론 보도의 ‘팩트’는 더욱 더 파악하기 쉽지 않은 일이 되고 있다. 사람들 역시 진짜와 가짜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자료를 바탕으로 저마다 목소리를 높여 자신을 변호하거나 다른 누군가를 비방한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무엇이 팩트를 가리고 있는지 살펴본다. 편집자 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17년 20~70세 언론수용자 7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4.2%가 언론 보도에 대한 ‘팩트체크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1) 또 응답자의 85.7%는 ‘팩트체크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의무화할 때 누가 팩트체크의 주체여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언론사’라는 답변이 71.5%로 가장 높았다. 3년 전 조사인 것을 고려해야 하지만, 국민들은 팩트체크 뉴스를 언론에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물론 과거보다 팩트체크 기사가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일부 언론사에선 팩트체킹을 전담하는 기자가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도 독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만큼 충분치는 않다. 온라인 게시판이나 기사 댓글을 보면 팩트체크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국민은 원하는데 왜 언론은 팩트체크 수요를 만족시키지 못할까. 

참과 거짓을 판정하는 팩트체크 포맷은 언론에 상당히 부담되는 형식의 뉴스다. 작성에 시간이 오래 걸려 이른바 ‘가성비’가 좋지 않다.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설명이 안 된다. 이번 글을 통해 한국의 팩트체크 뉴스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는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정확한 원인을 진단한다면 대안도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정파적·편향적 뉴스 소비

최근 한국언론진흥재단은 《미디어이슈》 제6권 3호, <편향적 뉴스 이용과 언론 신뢰 하락>이라는 흥미로운 보고서를 발행했다. 영국의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주관으로 2012년부터 매년 발행되는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0년 판 중 한국과 관련된 부분의 요약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나와 같은 관점의 뉴스를 선호한다’는 한국 응답자는 44%로 조사돼 40개국 평균 (28%)보다 16%p 높게 나타났다. 터키(55%), 멕시코(48%), 필리핀(46%)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수치다. 반면 ‘나와 반대되는 관점의 뉴스를 선호한다’는 답변은 4%로 체코, 헝가리, 대만, 폴란드(각 3%)에 이어 다섯번째로 낮았다. 

위에 언급된 국가들은 대체로 중진국 혹은 개발 도상국으로 분류되는 국가들이다. 그러면 선진국은 어떨까. ‘같은 관점의 뉴스 선호도’는 미국 30%, 일본 17%, 독일 15%, 노르웨이 12% 등이었다. 이들 나라와 비교하면 한국은 적게는 1.5배에서 많게는 3배 더 편향적으로 뉴스를 소비하고 있다.

물론 이 데이터 해석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 국민이 정파적인 뉴스를 선호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게 원인인지 결과인지에 대해서는 해석의 여지가 있다. 즉, 정파적인 언론을 계속 보다 보니까 정파적인 뉴스를 더 선호하게 된 것인지, 아니면 한국의 정치지형의 양극화로 인해 뉴스 소비 자체도 양극화된 것인지에 대해선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미 다. 어찌 됐든 한국의 미디어 공중의 정파성이 세계적으로 높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 정파적 뉴스 소비와 팩트체크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팩트체크 뉴스는 특정 정치인 발언의 진위 혹은 시중에 떠도는 허위 정보, 루머 등을 검증하는 방식의 뉴스다. 어떤 정당 혹은 정치인의 발언을 검증하느냐에 따라 뉴스 노출 정도나 선호도가 달라질 수 있음이 여러 연구에서 나타난 바 있다 (Jarman, 2016; Shin & Thorson, 2017). 

게다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자를 공격하는 팩트체크 뉴스를 비판하며 ‘팩트체크 뉴스의 편파성’을 지적하는 경향이 나타났다(Shin & Thorson, 2017). 더 나아가 팩트체크 뉴스의 편파성을 알리기 위해, SNS에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경향도 있다. 미국의 팩트체크 뉴스는 민주당보다는 공화당 진영의 보수적 정치인의 발언을 더 많이 다루는 경향이 있다(Marietta & Bowser, 2015). 그런데 보수적인 유권자일수록, 보수 정치인 발언의 진위를 따지는 팩트체크 뉴스를 접했을 때 심리적 마찰을 느껴 뉴스를 회피하는 경향성이 나타났다(Ditto & Lopez, 1992; Taber & Lodge, 2006). 이런 경향성은 미국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민경욱 미래통합당 의원을 비롯해 많은 보수 유튜버들이 지난 4월 제21대 총선에 대해 부정투표, 조작 선거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많은 언론이 검증을 했고 팩트체크 기사를 내보냈지만, 이들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팩트체크 기사가 설득력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자신의 태도를 바꿀 준비가 전혀 안 돼 있기 때문이다. 

편파적 뉴스 소비는 확증편향을 더욱 강화한다. 유튜브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다룬 영상을 본 사람 에게는 높은 확률로 부정선거를 다룬 다른 영상이 추천될 가능성이 높다. 에코 챔버(Echo Chamber)2) 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과 한국의 정파적 뉴스 소비 성향은 팩트체크가 힘을 쓸 여지를 줄이고 있다. 한마디로 팩트체크를 봐도 내가 지지하는 정치 세력의 의견과 다르다면 믿지 않거나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팩트체크 뉴스의 효과를 특정 주장을 펼치거나 믿는 사람에 한정할 필요는 없다. 중도 성향이나 정치적으로 반대 성향의 사람들이 잘못된 정보에 현혹되거나 반신반의하는 걸 막아주는 것만으로도 훌륭히 역할을 수행했다고 볼 수도 있다.

질을 압도하는 양

디시인사이드나 일간베스트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하루에도 수천수만 개의 글이 올라온다. 유튜브에도 수백 수천 개의 시사 영상이 매일 올라온다. 포털에서는 인링크·아웃링크를 포함해 하루 6만 개의 기사가 쏟아지고 있으며 달리는 댓글은 하루에 수십만 개에 달할 것이다. 카카오톡의 채팅방, 네이버 밴드, 블로그나 카페에는 수만 개의 시사 콘텐츠가 유통된다. 이들 중에서 허위 정보에 해당하는 내용도 상당할 것이다. 문제는 이 내용을 다 팩트체크 할 수 있냐는 거다. 

나도 지인들로부터 각종 제보를 받지만 정말 중요한 내용이 아니면 대부분은 팩트체킹을 하지 않는다. 게을러서가 아니라 시간이 부족해서다. 허위 정보를 만들어 유포하는 것은 금방이지만 이를 팩트체크하는 과정은 그리 간단치 않다. 해당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증거를 찾아서 보여줘야 하고, 사실 확인 과정을 여러 차례 거쳐야 한다. 이른바 크로스체킹은 필수다. 10분이면 만드는 허위 정보를 검증하기 위해선 적게는 서너 시간, 길게는 며칠이 걸리기도 한다. 

국민이 느끼기에는 허위 정보와 가짜뉴스가 범람하는데, 언론은 손 놓고 아무 일도 안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딱히 돈이 되지 않는 이 팩트체크 작업에 한정된 재원을 쏟아 넣는 것은 언론사 입장에선 낭비에 가깝다. 게다가 사람들은 팩트체크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막상 팩트체크 뉴스를 자세히 읽지도 않는다. 차라리 정치 셀럽(celebrity)의 페이스북을 그대로 기사를 옮겨 쓰는 게 시간도 절약되고, 클릭수도 10배 이상 보장된다. 

언론 신뢰도의 정파성 딜레마

한국 저널리즘의 신뢰도는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신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파성에 기대지 말고 공정 보도를 하자는 주장과 함께 팩트체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문제는 앞서 지적했듯이 사람들은 중립적인 언론보다 정파적인 언론에 더 신뢰를 보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점이다. 2019년 시사IN 조사에 따르면 가장 신뢰하는 프로그램 1위는 JTBC <뉴스룸>, 2위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이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실제 편파 여부를 스스로 따지지는 않겠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 특히 보수 진영에서 편파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조국 사태’ 당시 일방적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입장을 옹호하는 방송을 내보냈다. 예를 들면 사모펀드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의 실소유주는 조국의 5촌 조카 조범동이 아니라 자동차 부품업체인 ‘익성’이라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내보냈으나, 최근 1심 법원은 코링크PE 실소유주는 조범동이라며 징역 4년형을 판결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방송은 결과적으로 오보 내지는 허위 정보가 됐다. 

미디어오늘·리서치뷰가 2019년 11월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조국 정국’ 보도 관련해 가장 공정했던 방송사 1위는 MBC(19%), 2위는 TV조선(17%) 이었다.[그림 1] 조국을 가장 열심히 옹호했거나 반대한 두 방송이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다. 이들이 보도했던 내용 중 일부는 오보이거나 결과적으로 틀린 내용이다. 그런데 이런 언론들이 조국 사태와 관련해 팩트체크 하겠다고 나온다면 얼마나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내용이 실제 맞는지 아닌지를 떠나 팩트체크의 설득 대상이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정파성이 강한 언론이 신뢰를 받고 돈도 버는 상황에서 언론에 중립을 지키며 팩트체크를 하라고 요구한다고 해서 굳이 따를 이유가 없다. 최근에는 아예 팩트체크란 포맷 자체를 정파적으로 이용하는 언론이 늘고 있다. 

가짜뉴스에 대한 인식차

팩트체크는 크게 정치인이나 유명인의 발언을 검증하는 것과 시중에 떠도는 정보의 진위를 검증하는 것으로 나뉜다. 최근 수년 동안은 소위 가짜뉴스 신드롬이 강해지면서 가짜뉴스에 대한 검증 수요가 증가했다. 문제는 가짜뉴스에 대한 언론과 일반인의 생각 편차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한국언론진흥 재단이 2019년 2월에 발행한 《미디어이슈》 제5권 1호, <일반 시민들이 생각하는 ‘뉴스’와 ‘가짜뉴스’> 보고서에 따르면 사람들이 가짜뉴스라고 생각하는 콘텐츠 1위는 메신저 등을 통해 유포되는 속칭 ‘찌라시’(92.8%)였다. 뒤를 이어 뉴스 기사 형식을 띤 조작된 콘텐츠(92%), 언론사 오보(89.6%), 낚시성 기사(87.2%), 짜깁기 기사(86.8%), SNS를 확인 없이 전재한 기사(85.9%), 편파적 기사(81.4%), 광고성 기사(75.3%) 순으로 응답이 나왔다. 

가짜뉴스에 대한 정의는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학자나 언론계에선 일반적으로 내용이 거짓이며(허위성), 대중을 속여서 정치적 경제적 이득을 얻으려는 목적이 있고(의도성), 뉴스의 형태를 띠어야 한다(양식성)고 보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3위 언론사 오보부터는 가짜뉴스라고 보기 힘들다. 매우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 언론이 취재가 부족해서 오보를 낼지언정, 고의로 오보를 내지는 않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보기에는 가짜뉴스가 도처에 널려 있으며, 그 가짜뉴스를 생산해내는 주체는 언론사다. 광고성 기사, 낚시 기사, SNS 베끼기 기사가 하루에도 수십 또는 수백 개가 올라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론은 이런 가짜뉴스 말고 ‘진짜 가짜뉴스’를 찾아 팩트체크 하고 있다. 사람들이 팩트체크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언론사 자체가 팩트체크 대상이 되는 상황에서 팩트체크 하겠다고 나설 때 얼마나 사람들이 믿어주는가 하는 딜레마가 발생한다.  


[그림 1] 미디어오늘·리서치뷰 공동 여론조사 결과 <출처 - 미디어오늘>

플랫폼의 무관심

지금까지 언급한 것이 언론사와 공중의 문제였다면 이제는 플랫폼에 대한 문제제기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트위터의 힐러리 클린턴 팔로워와 도널드 트럼프 팔로워 연결망을 분석한 것이 화제가 됐다. 트럼프 팔로워는 매우 결속력이 강한 대신, 자신들끼리 네트워킹이 돼 있었고 다른 이용자들과는 거의 교류가 없었다. 반면 힐러리 팔로워는 느슨하게 서로 연결돼 있었으며 비정치적인 이용자들과도 폭넓게 교류를 했다.[그림 2] 결과적으로 2016년 당시 거의 모든 언론은 트럼프 팔로워(지지자)들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해서 힐러리 당선을 예측하는 오보 참사가 빚어졌다. 이 네트워크를 고려하면, 트럼프가 거짓말을 했다고 지적한 팩트체크 뉴스가 트위터에 아무리 많이 올라오더라도 트럼프 팔로워들은 이를 접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팩트체크 콘텐츠를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이를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문제다. 그런데 미디어 이용자들은 매우 편향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고, 하나의 언론사가 이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적시에 전달하는 일 자체가 해당 플랫폼 사업자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예를 들어 카카오톡 단톡방에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허위 정보가 돌아다닌다고 가정해보자. 팩트체크 뉴스를 단톡방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방법은 카카오톡에 팩트체크 코너를 만들어 자주 노출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등 모든 플랫폼에 해당된다. 하지만 (나름의 노력을 한다고 하겠지만) 팩트체커 입장에서 플랫폼 사업자들은 팩트체크 뉴스의 전달에 대해 매우 무관심하거나 시늉만 내는 수준이다. 팩트체크 뉴스는 내용과 속도, 그리고 타깃팅(targeting)이 모두 중요하다. 그 러려면 언론과 플랫폼의 협업이 절실하다. 

[그림 2]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의 팔로워 연결망 
<출처 - The Electome-The Laboratory for Social Machines at the MIT Media Lab>
 

팩트체크는 만능이 아니다

2019년 하반기 조국 사태가 한창일 때 일부 사람들은 언론이 팩트체크도 하지 않고 기사를 내보낸다며 불만을 폭발적으로 드러냈다. 내가 근무하는 뉴스톱에도 조국 사태를 팩트체크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그런데 이런 내용은 팩트체크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언론은 수사기관처럼 계좌 추적이나 압수 수색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증언이나 이미 공개된 자료들을 통해 ‘합리적 추론’과 의혹 제 기를 할 뿐이다. 이 추론이 틀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고 언론이 100% 확인된 것만 보도할 수도 없다. 보도는 하되 절제되고 신중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는 팩트체크의 영역이 아니라 보도윤리와 취재 보도 가이드라인에 관한 내용이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해 9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검찰 압수수색에 대비해 자신의 PC를 밀반출하는 행위를 두고 증거인멸이 아니라 증거보전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압수 수색해 장난칠 경우를 대비해 컴퓨터를 복제하려 반출한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정 교수 지시를 받고 PC를 반출한 자산관리인 김 모씨는 증거은닉에 가담한 혐의로 최근 유죄(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당시에 PC 반출이 정 교수의 증거인멸이 라고 보도했던 언론사들은 사람들에게 팩트체크도 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았다. 결과적으론 언론이 과거 사례에 비춰서 합리적으로 보도를 한 것이다. 

이 글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언론이 당시 조국 관련 보도를 잘했다는 것이 아니다. 가짜뉴스와 팩트체크 담론이 비대해지다 보니 팩트체크 환원론이 팽배해진 현실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모든 기사가 팩트체크 기사가 될 이유는 없다. 팩트체크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 의미로 이해된다. 하나는 기사 내부의 사실관계를 철저하게 검증하는, 기사 자체의 완결성을 추구하는 차원의 팩트체크다. 해외 언론은 내부에 팩트체크팀이 있어 중요한 기사가 나가기 전에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다른 하나는 저널리즘의 하위 장르로서 팩트체크 저널리즘이다. 공인 발언이나 언론 보도, 시중에 떠도는 내용의 진위를 확인하고 판정해주는 저널리즘 양식을 지칭한다. 사람들은 물론 언론인들도 팩트체크란 개념을 이야기하며 이 두 가지를 혼동하거나 섞어서 쓴다. 조국 사태와 관련해 팩트체크를 해달라는 요구는 정확히 팩트에 기반을 두고 보도 해달라는 주문, 그리고 다른 언론사가 보도한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확인해달라는 요청이었을 것이다. 둘 다 쉽지 않은 문제다.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관련해 매우 큰 논란이 발생했다. 여권에서는 젊은 세대가 가짜뉴스에 현혹됐다며 열심히 팩트체크를 했고, 언론도 팩트체크 기사를 내보냈다. 인천국제공항 청원경찰의 실제 연봉이 5,000만 원이라는 주장도, 2년 동안 알바(비정규직)를 하다가 정규직이 됐다는 주장도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하지만 팩트체크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진 않는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왜 분노했는지 그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다. 

팩트체크를 어렵게 만드는 것 중 하나가 팩트체크 환원론이다. 팩트체크는 만능이 아니다. 팩트체크는 어떤 사안이 가능하고 가능하지 않은지 명확히 구분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물론 팩트체크는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 더욱더 필요하고 더 중요해질 것이다. 언론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차원에서 팩트체크 뉴스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우선 지금은 팩트체크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버리고, 팩트체크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1) 오세욱·정세훈·박아란, <가짜 뉴스 현황과 문제점>, 한국언론진흥재단, 2017.11.30.
2)  반향실에서 소리가 울려 증폭되는 것처럼 정보, 아이디어, 신념이 정의된 시스템 내에 서 증폭되거나 강화되는 상황 <출처 - “소셜미디어·메시징 앱과 필터버블: SNS 세상에 서 더 견고해지는 ‘생각의 감옥’”, 《신문과방송》 2017년 7월호>
  • 필자 : 김준일
  • 소속 : 뉴스톱
  • 직함 : 대표
  • 발행 : 2020-07-07
  • 조회수 : 2,932
  • 키워드 : 뉴스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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