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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료 인상·판 흔들기·매각설까지… 각양각색 살길 찾기
생존 위한 지상파 3사의 대책들

등록일 : 2020-08-03

지상파 위기는 전망이 아닌 현실이다. 2012년 이후 끝없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지상파 3사는 제도 변화 등을 통해 살길을 꾀하거나 회사 매각을 통한 변화를 선택지로 고민하고 있다. 이른바 살길을 찾아나선 지상파 3사의 결정적 모습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2012년은 MBC와 KBS의 장기 파업으로 김태호 PD와 나영석 PD가 연출을 멈췄던 해이며, 대한민국이 스마트폰 사용률 전 세계 1위를 기록한 첫해이자, 2011년 12월 1일 개국한 종합편성채널 4사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첫해다. 그해 tvN에선 <응답하라 1997>이 성공했다. 2012년 지상파 시청점유율은 63.59%였다. 5년이 흐른 2017년, 지상파 시청점유율은 48.02%로 쪼그라들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지상파 광고 매출은 2018년 대비 2,008억 원 감소한 1조 999억 원으로 나타났다. SBS 3,136억 원, KBS 2,548억 원, MBC 2,318억 원 규모다. 지상파 광고시장 점유율은 2015년 55.0%에서 2019년 36.7%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종합편성채널·케이블채널 등 PP의 광고시장 점유율은 38.9%에서 52.9%로 증가했다. 지상파 위기는 전망이 아닌 현실이다.

 

공영방송 수신료 수입은 전년 대비 112억 원 증가한 6,892억 원, 지상파가 SO(유료방송사업자)로부터 받은 재송신수입은 429억 원 늘어난 3,613억 원을 기록했지만, 위기를 극복할 수준은 아니다. 지상파 광고시장 감소세는 2012년 이후 끝없이 내리막길이다. 지상파 광고시장이 성장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인건비·제작비 절감→콘텐츠 투자 부족→경쟁력 약화→광고 감소의 악순환은 반복된다. ‘토종 OTT’ 웨이브(wavve)로 힘을 합쳐도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해외 OTT의 콘텐츠 공세가 버겁다. 

 

한국방송협회 차원에서 각종 규제 철폐·완화와 정부 지원을 요구하는 가운데, 위기의 지상파 3사는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KBS는 조심스러운 ‘수신료 현실화’ 드라이브 속에 ‘명분 쌓기’에 나섰다. MBC는 수신료를 포함, 아예 방송법과 방송산업 제도 전반을 재설계하며 ‘판 흔들기’를 주도하려는 모양새다. KBS와 MBC가 제도 변화라는 외부적 요인을 통해 살길을 찾아 나섰다면, 건설자본이 소유한 SBS에선 매각설이 나왔다. 위기의 지상파, KBS·MBC·SBS의 세 가지 장면이다. 

 

“KBS는 공공서비스의 핵심” 이번에는 수신료 현실화 가능할까 


지난해 KBS는 수익원별 점유율에서 수신료 비중이 49.2%였다. 매해 증가세인데, 광고 매출 하락 탓이다. 지난해 KBS의 수신료 수입은 6,705억 원이다. KBS 경영평가단은 2019년 <경영평가결과보고서>에서 “수신료 수입 정체와 광고 수입 감소로 KBS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낳고 있다”며 “근본적 해결책으로 TV 수신료 현실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승동 KBS 사장은 지난 6월 19일 방송학회 특별연설에서 “KBS는 넷플릭스가 아니다. CJ ENM도 아니고 종편도 아니다. KBS가 할 일은 따로 있다” 고 말했다. 그는 “KBS는 재난방송의 최전선에 있어야 하며, 폭넓은 공공서비스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믿고 있다”며 “이를 위해 KBS를 둘러싼 낡은 제도와 방송 산업 전반의 빈약한 재원 문제가 꼭 해소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양승동 KBS 사장. 지상파의 위기 속에서 KBS는 ‘수신료 현실화’를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섰다. ⓒ연합뉴스

 


그렇게 KBS는 또다시 수신료 인상 드라이브를 걸었다. 1981년 컬러 TV가 등장하며 올랐던 월 2,500원 수신료는 40년째 멈춰있다. 1994년 10월부터 수신료가 전기세에 통합 징수되며 수입이 늘었지만 대신 KBS는 1TV 광고 편성을 포기했다. 향후 KBS가 수신료 현실화를 위해 2TV 광고 편성을 포기할지는 의문이다. 예능·드라마 쪽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KBS의 한 국장급 간부는 “냉정하게 KBS는 노인방송이다. 공영방송이 늙어가는 것은 BBC·NHK도 직면한 세계적 추세”라고 전하며 “<1박2일>이나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더 비싼 연예인을 섭외하는 것보다 <전국노래자랑>이나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에 100만 원이라도 더 투자해야 한다. 모든 콘텐츠를 공영적 관점에서 보고 KBS만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수신료 인상을 위해선 공영적 콘텐츠로 수신료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 이상의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 무엇보다 KBS를 향한 ‘방만 경영’ 비판을 극복해야 한다. KBS는 7월 1일 경영혁신안을 발표하고 △인건비 비중 축소 △사내의 불합리한 제도 개선 △자회사 성장전략 마련 △수신료 현실화 추진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 해소를 5가지 핵심 과제로 설정했다. 

양승동 사장은 “지상파가 독점하던 시대에 설계됐던 낡은 제도, 평균주의, 온정주의를 혁파해야 한다”라며 2023년까지 인건비 비중을 현 35%에서 30% 이하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4년간 1,000여 명 규모의 감원을 예고했다. 성과급제를 대폭 확대하고 삼진아웃 등 저성과자 퇴출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밝혔다.

KBS는 수신료 비중이 전체 재원의 70% 이상은 돼야 한다며 올 하반기 ‘수신료 현실화 추진단’ 출범을 예고했다. 통계청 화폐가치 계산에 따르면 1981년 3월 기준 2,500원은 2020년 6월 기준 1만 235원이다. 앞서 제18대 국회에서 3,500원, 제19대 국회에서 4,000원 수신료 인상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으나 정쟁으로 소모되며 폐기됐다. 제20대 국회에선 이렇다 할 논의 자체가 없었다. 

“공적 재원 달라”, “코바코 시스템도 해체” 갈 길 바쁜 MBC

박성제 MBC 사장은 1998년 방송개혁위원회를 모델로 한 미디어혁신위원회 설치를 정부와 국회에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MBC는 20년 된 방송법과 40년째 멈춰있는 수신료 등 방송 산업 관련 제도 전반을 뜯어고치는 ‘새판짜기’를 주도하려는 모양새다. 여러 상황을 고려해 조심스러운 KBS의 움직임과 달리 MBC는 적극적이고, 논쟁적인 메시지도 주저하지 않는다. 

앞서 박성제 사장은 지난 5월 7일 “공영방송 MBC도 수신료 등 공적 재원을 통한 지원을 받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MBC 사장이 대외적으로 수신료를 요구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었다. MBC는 지상파 3사 중 변화에 가장 적극적이다. MBC의 변화 방향은 크게 공영방송 명문화를 통해 공적 재원 비중을 늘리고, 직접 광고 영업을 통해 광고 재원을 늘리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앞서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3월 중장기 방송제도개선 추진반을 통해 MBC를 아리랑TV·국악방송 등과 함께 공공서비스방송(PSB, Public Service Broadcasting)으로 분류하자 MBC는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 대내외적으로 “MBC=공영방송”을 천명하며 MBC가 공적 지원대상임을 강조했다. 수신료를 받을 경우는 KBS·EBS처럼 의무재송신 채널로 전환, 재송신 매출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어 논의가 간단치 않다. 

MBC의 재송신료(CPS)는 2017년 671억 원, 2018년 782억 원, 2019년 805억 원으로 매년 증가세다. 이와 관련 MBC 본부장급 인사는 “CPS 수입을 상쇄하는 규모의 수신료를 받게 되면 (CPS를) 포기할 수도 있다”면서 “MBC 목표는 지속가능한 시스템이다. 지상파 독과점 시대가 끝났는데 방송법·제도는 독과점 시대 그대로”라며 생존을 위해 ‘판’을 흔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MBC 내부에선 KBS와 MBC가 협력하면 수신료 인상이 가능하다는 낙관론이 있다. 인상 이후에는 국회 수신료 산정위원회에서 수신료를 배분하길 바라고 있다. KBS 이사회에서 수신료를 배분해온 KBS 입장에선 MBC의 등장이 반가울 리 없다. KBS의 한 관계자는 “MBC가 수신료를 받더라도 (정부가) KBS에 준하는 의무를 부과할지 의문”이라며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한 언론학 박사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공영방송 ‘공백기’를 경험한 시청자들은 공영방송 없이도 원하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JTBC에서 국정농단을 봤고 드라마는 tvN에서 봤다. 지금은 KBS가 수신료를 가져가는 것도 부정적 분위기”라며 MBC의 수신료 요구는 비현실적이라고 했다. MBC도 안다. 사실 MBC가 원하는 것은 따로 있을 수 있다. 

우선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 이하 코바코) 체제 해체다. MBC는 40년 전 지상파 독과점 시대 설계된 코바코 시스템이 독과점 붕괴와 함께 수명이 다했으며, 타 방송사 광고를 결합 판매하는 현 시스템이 공정거래 위반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미디어렙 결합 판매 비율(2019년 기준)도 MBC는 9.87%인데 SBS는 9.12%, KBS 2TV는 2.54%여서 이마저도 불리하다는 입장이다. 

방송발전기금 징수율(2019년 기준)도 MBC는 매출 대비 3.87%, KBS는 2.62%, EBS는 0.38%다. 무엇보다 SBS와 종합편성채널은 자사 미디어렙을 통해 직접 광고영업을 하지만 MBC는 코바코에 광고영업을 위탁해야 한다. MBC는 2011년 미디어렙법 논란 당시 노사가 자사 미디어렙 설립을 요구할 만큼, 오래된 숙원이다. 

MBC는 모든 걸 뜯어고칠 생각이다. MBC는 코바코 직원 고용 승계 방식으로 코바코 해체에 따른 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코바코 체제의 해체는 곧바로 지역 MBC와 종교방송사·중소방송사의 반발로 이어지는 이슈여서 업계 파급력이 적지 않다. 그 때문에 MBC 주도의 변화는 적잖은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이렇게 된 거, 가장 비쌀 때 팔겠다? 태영건설의 SBS 매각설 

방송통신위원회가 6월 1일 SBS 대주주인 SBS미디어홀딩스의 최다액 출자자(대주주) 변경을 승인했다. SBS미디어홀딩스 대주주는 태영건설에서 TY홀딩스로 바뀌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SBS 재무건전성 부실을 초래하거나 미래 가치를 훼손하지 않도록 SBS자회사·SBS미디어홀딩스 자회사 개편 등 경영계획 마련을 승인조건으로 부가했다.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민주언론시민연합 등 241개 노조·시민단체 모임인 방송독립시민행동은 “공정거래법에 의해 TY홀딩스 설립 이후에는 SBS미디어홀딩스 산하 모든 계열사의 구조조정과 지분조정이 불가피하다. 윤석민 회장 일가는 사익을 위해서 SBS의 모든 기능을 공중분해하고 심지어 매각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9개 지역민방 편성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SBS의 문제는 지상파 민영방송 전체의 문제”라며 사전승인 거부를 요구했다. 언론노조 SBS 본부 또한 “TY홀딩스 전환의 목적은 윤석민 회장의 경영권 방어와 지배력 강화 말고 없다. TY홀딩스로 인해 SBS 핵심 자회사들은 기존에 없던 법적 규제의 대상이 되고 강제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우려는 현실로 등장했다. 태영건설은 TY홀딩스 승인 직후 증권신고서 핵심투자위험 알림문을 통해 “투자자분들께서는 태영 기업 집단의 자산 증가로 인해 방송사업 부문에 대한 지분 매각이 이뤄질 수도 있을 가능성에 유의하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SBS 매각 가능성을 태영건설 스스로 투자위험 요인으로 설명한 것”(언론노조 SBS 본부)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월 태영의 자산 총액은 9조 7,000억 원을 넘어섰고, 자회사 상장 계획 등에 따라 올해 말 10조 원 돌파는 확실시되고 있다. 방송법은 대기업의 방송 진출을 통한 여론 독점을 막기 위해 자산규모 10조 원 이상 기업은 지상파 방송사 지분의 10% 이상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법에 따르자면 태영은 SBS를 매각해야 한다. SBS 경영진은 노조의 ‘매각 가능성’ 의혹 제기에 “원론적 정보 제공 차원의 공시를 인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방송법 시행령의 10조 원 제한을 높이거나 예외 규정을 신설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앞서 윤석민 태영건설 회장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의견 청취 자리에서 “10조 원이 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SBS 내부는 복잡하다. 설령 방통위가 ‘10조 원 규제’를 풀어주더라도 TY홀딩스가 SBS에 제작 투자를 늘릴 것이라는 기대감은 없는 상황이다. 대주주 의 SBS 매각은 현실적인 선택지가 됐고 내부에는 ‘지금이 가장 가치가 높은 시점이라면 좋은 조건으로 팔리는 게 낫다’, 혹은 ‘지금 사주에게는 더 기대할 게 없으니 매각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식의 자포자기에 가까운 분위기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대주주가 태영건설보다 문제가 있는 또 다른 건설자본일 수도 있다. 지금보다 후퇴한 노동조건을 마주하거나 구조조정에 직면할 수도 있다. 그 때문에 SBS 구성원의 불안감이 적지 않다. 이 같은 상황은 방송의 소유·경영 분리와 공공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건설자본 사주가 가진 태생적 한계에서 비 롯된 것일 수 있다. 

 

 

  • 필자 : 정철운
  • 소속 : 미디어오늘
  • 직함 : 기자
  • 발행 : 2020-08-06
  • 조회수 : 1,657
  • 키워드 : 지상파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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