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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S 조사에 의존하는 여론조사 보도 조사 업체·조사 방식·편향 가능성 명확히 밝혀야
여론조사 보도 점검

등록일 : 2021-11-29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이에 대한 보도 또한 쏟아지고 있다. 과연 언론은 여론조사를 어떻게 보도하고 있을까. 제19대, 제20대 대통령 선거 기간 여론조사 보도를 점검해 보고 향후 방향성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는 민심의 동향과 선거의 향배를 예측하고 이해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활용하며, 많은 언론은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기사를 작성한다. 본고에서는 지난 제19대 및 이번 제20대 대통령 선거(이하 대선) 기간의 여론조사 실태 및 여론조사 보도를 비교 분석한 후, 고질적으로 지적되는 ARS 조사 방식과 관련된 현재 국내 여론조사 관련 보도 방식 현황을 살펴 개선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제19·20대 대선 기간 여론조사 현황 및 보도

 

본고에서는 제19대 대선 기간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에 기소된 2016년 11월 20일부터 제19대 대선일인 2017년 5월 9일로 상정했으며(총 172일), 제20대 대선 기간은 이재명 후보가 대선에 도전하겠다고 공표한 2021년 7월 1일부터 필자가 원고 준비를 시작한 2021년 10월 15일까지로 설정했다(총 109일, 제20대 대선일까지 남은 기간 145일). 몇 가지 문제점1)이 존재하지만, 두 기간을 비교함으로써 현재 여론조사 관련 보도 현황을 파악하고, 여론조사 보도의 고질적 문제는 무엇이며 5년여 동안 어떤 변화가 발생했는지를 대략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다.

 

우선 여론조사 현황을 분석하기 위해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모든 여론조사 결과를 기계적으로 수집(scraping)한 후, 앞서 밝힌 두 대선 기간 ‘대통령 선거’와 관련된 목적으로 진행됐다고 보고된 여론조사의 조사 방식(유선·무선전화를 이용한 ARS·전화 면접, 온라인 패널 조사와 같은 기타 조사), 응답자 수, 응답률(접촉자 대비 응답자 비율) 등의 통계치를 추출했다. 또한 여론조사 보도 현황을 살펴보기 위해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분석 시스템 빅카인즈2)에서 여론조사를 키워드로 두 대선 기간 보도된 중앙일간지 정치 섹션 보도 기사들을 수집했다.

 

먼저 두 기간 동안 실시된 조사 방식별 여론조사 횟수는 [표 1]과 같다. 우선 두 기간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무선전화 ARS 조사 방식이 매우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제20대 대선에서는 제19대 대선 기간보다 유선전화 ARS와 유선전화 면접, 무선 전화 면접 조사 비중은 상당히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표1] 제19·20대 대선 기간 여론조사 조사 방식 비교3)

 


[표 2] 조사 방식 조합 방식에 따른 여론조사 실시 현황 비교4)

 


 

[표 3] 제19·20대 대선 기간 여론조사 조사 방식별 응답자 규모 비교5)

 

 

[표 1]의 결과로는 전화 면접과 ARS 조사 방식이 개별적으로 사용되는지, 아니면 같이 사용되는지 확인할 수 없다. 조사 방식의 조합 방식에 따른 여론조사 현황을 비교한 결과는 [표2]에 제시돼 있다. [표 2]의 결과에서 명확하게 알 수 있듯, 제20대 대선 기간에는 제19대 대선 기간보다 ARS 조사 비중이 두 배 이상 증가했고, 전화 면접 혹은 ARS와 전화 면접을 혼용한 여론조사는 대폭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표 1]과 [표 2]의 결과는 여론조사 참여 응답자 규모에서도 그대로 확인된다. [표 3]에서 확인할 수 있듯, 제19대 대선보다 무선전화 ARS를 통해 표집한 응답자는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또한 제19대 대선 기간에 비해 유선전화를 통해 응답자를 표집하는 경향은 대폭 감소했으며(ARS든 전화 면접이든), 주목할 점은 무선전화 면접 조사는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표 1], [표 2], [표 3]의 결과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유선전화를 사용한 조사는 급감하고 있으며, 이는 통신기기 변화를 고려할 때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려스러운 점은 제20대 대선에서는 제19대 대선보다 무선전화 ARS 여론조사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흔히 전화 면접 조사 응답자보다 ARS 조사 응답자는 정치관심도가 높고 투표 의향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ARS 조사는 전화 면접 조사보다 가격이 저렴하지만, 정치적 관심도가 높지 않은 사람의 조사 협조율이 매우 낮은 것이 보통이다.

 

 

[표 4] 제19·20대 대선 기간 여론조사 조사 방식별 응답률 비교6)

 

 

[표 4]의 결과는 이를 확인해 주고 있다. [표 4]는 조사 방식별 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서 정의하는 응답률 평균을 제19·20대 대선 기간으로 나눠 제시한 결과다. 표에서 명확하게 드러나듯, ARS 조사는 전화 면접 조사보다 응답률이 매우 낮으며, 특히 제20대 대선 기간의 ARS 여론조사 응답률은 절반가량으로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무선전화 면접의 경우 응답률 변화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서 수집한 결과 분석에서 잘 드러나듯, 우리나라의 여론조사는 응답자의 편향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ARS 방식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제19대 대선 기간보다 제20대 대선 기간에서 더욱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고품질의 조사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무선전화 면접 여론조사는 상대적으로 그 비중이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ARS 조사의 잠재적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낮은 응답률 현상은 제19대 대선보다 제20대 대선에서 더욱 악화한 형태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는 언론사는 기사에서 조사 방식을 얼마나 자주 언급할까? 빅카인즈 아카이브에 저장된 중앙일간의 정치 섹션 여론조사 결과 보도 기사에 대한 분석 결과는 [표 5]와 같다. 놀라운 사실은 ‘여론조사’가 포함된 보도 기사 중 ‘ARS’, ‘전화 면접’의 두 단어 중 어느 하나도 언급하지 않은 기사가 90%에 육박한다는 사실이다. 즉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할 때, 조사 방식은 거의 언급되지 않으며, 단순한 수치 혹은 지지율 변화 추세만이 언급되는 상황임을 유추할 수 있다. 또한 조사 방법을 언급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전화 면접’은 자주 언급되는 반면, ‘ARS’는 거의 언급되지 않는 상황이다. 즉 실제로 진행되는 여론조사 대부분은 ARS임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중앙일간지의 여론조사 보도 기사에서는 ARS 조사기법은 거의 언급되지 않는 상황이다.

 

 

[표 5] 제19·20대 대선기간 중앙일간지 정치 섹션의 여론조사 보도 기사 조사 방식 언급 비교7)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여론조사 보도 현실

 

앞서 살펴봤듯, 대선 기간 진행되는 상당수 여론조사는 완전한 ARS 조사이거나 혹은 전화 면접과 ARS 조사 방식을 혼용한 것이다. 국내 여론조사 기관의 ARS 조사 방식 의존의 문제점은 학계에서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기에 본고에서 그 문제점을 또다시 지적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필자가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ARS 조사 방식의 문제점이 장기간 지적됐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으며, 안타깝게도 더욱 악화해 간다는 사실이다.

 

ARS 조사기법에 과잉의존해서 하는 여론조사 문제는 여론조사 보도 과정에서 더 악화할 수 있다. 즉 값싸지만 편향적인 응답자로 구성될 ARS 조사 결과와 다소 비싸지만 상대적으로 편향성이 덜한 전화 면접 조사 결과를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는 여론조사 보도로 인해 더 악화할 수 있다. 일반 언론 수용자 입장에서 접하는 여론조사 보도는 후보자 혹은 정당에 대한 어떤 숫자를 보여줄 뿐이며, 이 숫자가 어떤 과정을 통해 산출됐는지에 대해서는 주목하기 어렵다. 값싸지만 편향된 여론조사 결과들이 난립할 때, ‘숫자’를 전달하는 언론의 적절한 해석과 설명이 없다면, 수용자들은 결국 자신의 감각과 부합하지 않는 여론조사 결과를 ‘조작된 것’으로 불신하고 해당 언론 보도는 결국 언론 불신을 낳을 뿐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은 적어도 한국의 여론조사 현황에서 진실에 가깝다. ARS 조사 방식과 같은 명시적 문제점조차 개선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할당표집’과 같은 비확률표집기법의 문제, 조사 문항 효과, 조사 기관이나 조사 의뢰 기관에 따른 편향성, 가중치 부여 방식의 문제, 감소일로의 접촉률·응답률 문제 등에 대한 개선 방향은 일단 차후로 미뤄야 할 문제일지 모른다.

 

 

국내 ARS 조사 방식의 문제점은 장기간 지적됐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개선되지 않았으며, 더욱 악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ARS 조사 방식을 금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필자는 현 단계에서 시급하며 현실적으로 가능한 제안을 하나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할 때는 기사의 꼬리가 아닌 첫머리에 조사 업체와 조사 방식을 반드시 밝힌 후 결과를 보도하도록 하며, ARS 조사에는 잠재적 편향성이 존재한다는 점을 독자들에게 일깨워 수용자가 여론조사 결과를 비판적으로 판단하도록 하는 보도 기준을 마련하고 정착시키는 것이다. 아울러 여론조사 결과를 활용한 기사 혹은 칼럼의 경우도 조사 결과를 밝힐 때는 반드시 조사 업체와 조사 방식을 명기하도록 하고, ARS 조사기법인 경우 편향성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명기할 것을 제안한다. 아마도 쉽지 않을 듯하며 무엇보다 이해관계자들의 반발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여론조사와 언론 보도가 계속되는 한, 저질 여론조사 결과 때문에 국민의 언론 불신은 더 심각해질 것이고, 여론조사 업체 역시 저가 경쟁에 매몰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우리 사회는 여론을 둘러싼 사회적 불신으로 인한 분열과 갈등을 감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1) 물론 제19·20대 대선 기간을 이렇게 설정하는 것은 몇 가지 측면에서 분명한 한계점이 존재한다. 첫째, 제19대와 제20대 대선은 그 성격이 서로 다르다. 지난 제19대 대선의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진행됐지만, 이번 제20대 대선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예정대로 2022년 3월에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둘째, 제19대 대선 기간은 선거일 직전까지의 모든 기간이 포함됐지만 제20대 대선의 경우 여당 후보자만이 결정된 상황이며, 제1야당의 후보자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 https://www.bigkinds.or.kr/

3) ‘전체 조사 실시 횟수’는 여론조사 건수다. 보통 여론조사의 경우 여러 조사 방식이 섞여 있기 때문에 조사 방식의 총합은 전체 조사 실시 횟수보다 크게 나타난다. 괄호 속의 %는 전체 조사 횟수 중 조사 방식이 사용된 비율을 의미한다.

4) 조사 방식에서 유선·무선전화를 구분하지 않은 결과다. ‘온라인 패널 조사’와 ‘대면 조사’ 등과 같은 ‘기타’ 조사 방법은 사례가 매우 적기 때문에 보고하지 않았다. 괄호 속의 %는 전체 조사 대비 해당 조사 방식을 적용한 여론조사 비율을 의미한다.

5) ‘전체 조사 참여 응답자’는 해당 기간 여론조사에 참여한 총 응답자 수를 의미한다. ‘온라인패널 조사’와 ‘대면 조사’ 등과 같은 ‘기타’ 조사 방법은 사례가 매우 적기 때문에 보고하지 않았다. 괄호 속의 %는 전체 조사 참여 응답자 대비 해당 조사기법에 참여한 응답자의 비율을 의미한다.

6) 조사 방식별, 그리고 조사 전체의 응답률 평균값이다(온라인 패널 조사 등과 같은 ‘기타’ 기법은 보고하지 않았다). 참고로 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서 정의한 응답률은 AAPOR의 협조율(cooperation rate)에 해당한다(I/I+R: I는 접촉 후 응답 완료 사례 수, R은 접촉 후 거절 및 중도 이탈 사례 수를 의미).

7) ‘전체 보도 건수’는 빅카인즈 아카이브에서 대선 기간 해당 기간 ‘여론조사’를 포함해 작성된 정치 섹션의 중앙일간지 보도 기사 건수를 의미한다. 이들 중 ARS만 언급됐는지, 전화 면접만 언급됐는지, 아니면 두 가지 모두 언급됐는지에 따라 언급된 보도 기사를 세 가지로 구분했다. ( )의 %는 전체 보도 건수를 대상으로 계산했으며, [ ]의 %는 조사 방식이 언급된 보도 건수(‘소계’ 열)만을 대상으로 계산된 것이다.

 

 

 

 

  • 필자 : 백영민
  • 소속 :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 직함 : 교수
  • 발행 : 2021-12-01
  • 조회수 : 600
  • 키워드 : 여론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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