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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감시에서 통제까지 ‘주목의 현금화’ 위해 신뢰 저버린 소셜미디어
소셜미디어 시대가 마주한 것들

등록일 : 2022-01-05

소셜미디어는 짧은 시간 우리 일상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사회적 유대를 증진하는 새로운 기술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지만 오늘날 소셜미디어가 휘두르는 막강한 영향력은 문제로 지적된다. 소셜미디어의 발전 과정을 살펴보고 시사점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7월 16일, 미국의 퓨리서치센터는 SNS와 관련한 흥미로운 보고서 한 건을 발간했다. 이름하여 <소셜네트워크사이트와 우리의 삶>. SNS가 실제로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태도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탐색하기 위한 연구물이었다. 이웃에 대한 신뢰, 지역 커뮤니티 참여 정도, 정치적 관여의 적극성 등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에 디지털 도구로서 SNS가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응당 그렇듯 기술과 민주주의 관련성에 대한 기대감이 잔뜩 묻어난 연구기도 했다.

 

기대는 현실로 입증됐다. SNS가 서서히 삶 속으로 침투하던 2010년 당시 이웃의 이름을 모두 혹은 대부분 알고 있다는 응답이 2008년에 비해 11%나 늘어난 것이다. 물론 연구자들은 둘 사이의 인과관계를 확증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했다. 페이스북과 링크드인 사용자들이 다른 집단에 비해 주변 사람들을 더 신뢰한다는 통계를 근거로 댔다. 심지어 페이스북 사용자들의 정치적 참여가 더 높다는 분석도 내놨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위시한 SNS가 사람들을 더 밀접하게 연결해주고 공민적 참여도 높여줬다는 긍정의 메시지를 이 보고서는 전하고 있었다. 정확히 10년 전의 풍경이다. 당시 보고서에 참여했던 연구진들은 결론부에 이렇게 썼다.

 

“이 연구 결과는 SNS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더 작은 소셜 네트워크만을 경험하고 친밀도가 낮아지거나 다양성에 덜 노출된다는 우려에 타당성이 거의 없음을 시사한다.”

 

연구 결과가 공개됐던 2011년은 페이스북의 연간 순 사용자 수(MAU)가 7억 명을 넘어설 시점이었다.1) 지금이야 29억 명이 사용하는 독점적인 소셜미디어로 성장했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민주주의에 기여하는 기술 플랫폼’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여러 SNS 중 하나였다. 마이스페이스나 트위터보다 이웃과 긴밀하게 연결해 사회적 유대를 증진하는 데 강점을 지녔고 공동체 내 정치적 참여를 북돋는 ‘선한’ 기술로 평가도 받았다. 그랬던 페이스북이 지금은 모든 사회적 관계의 왜곡과 단절, 극화의 근원으로 인식되고 있으니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연결과 신뢰에 기초한 소셜미디어 핵심 가치

 

소셜미디어가 확산의 임계점을 넘어 성장과 성숙 단계에 도달할 수 있었던 중심에는 신뢰가 있었다. 인터넷이 벌려놓은 사회적 관계의 거리를 온라인으로 대체하거나 좁혀주겠다는 선언2)은 현실에서 실제로 구현됐다. 관계의 거리가 좁아진 사람들은 서로를 더 신뢰하게 됐고, 신뢰에 기반한 온라인상 정보 교환 행위는 더 믿을 만한 것으로 간주됐다.

 

특히 언론사의 엘리트 에디터들이 추천하고 제시하는 정보보다 SNS에서 지인이 추천하는 콘텐츠가 더 믿을 만한 것으로 인식됐다.3) 엘리트 에디터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진 상황이었기에 빈틈을 빠르게 치고 들어갈 수 있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속보에서도 강점을 드러내며 뉴스 서비스를 집어삼키기까지 했다. 미국 허드슨강의 비행기 추락 사고, 오사마 빈 라덴의 사살, 시리아 민주화 시위 등은 대부분 SNS를 통해 먼저 알려지고 확산했다. 기성 언론의 무용론이 난무하며 전통 저널리즘에 위기감을 드리웠다. 언론사 웹사이트가 아니라 소셜미디어에서 뉴스를 소비하는 비중도 늘어났다. 특히 젊은 층을 위주로 이러한 소비 행태가 보편화하는 흐름이 형성되기도 했다. 지인에 의한 뉴스 추천과 소비라는 새로운 풍경은 SNS가 핵심 가치로 내세운 참여와 연결, 신뢰에 기초한 것이었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도 있었다. 2016년 미국언론연구소(API)가 발표한 자료4)를 찾아보면, SNS에서 뉴스를 소비할 때 가장 유의하는 항목을 확인할 수 있다. 바로 누가 공유했느냐다. 공유된 뉴스의 출처가 원본일 경우 가장 신뢰하긴 하지만 그다음으로는 이를 공유한 사람에 대한 신뢰가 순위를 차지했다. 신뢰할 만한 사람이 공유하거나 트윗을 하면 그 뉴스를 더 믿는다는 의미였다. SNS는 사용자들이 신뢰할 만한 사람들을 필터링하고 그들이 공유한 글을 더 많이 노출하도록 알고리즘을 가꾸고 조정했다. 페이스북의 엣지(Edge) 랭크 알고리즘은 그런 목적으로 설계된 것이기도 했다.

 

주목 경제로 변질된 소셜미디어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신뢰를 복원하고 관계의 거리를 좁히며 승승장구했던 SNS는 부득불 수익의 가파른 J 곡선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 앞에서 많은 변화를 시도하게 된다. 그중 최악의 결합은 주목 경제(Attention Economy)와의 만남이었다. 결과론적으로 최악의 선택으로 규정할 수 있겠지만 당시엔 불가피한 타협이었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 널리 쓰이기 시작한 주목 경제는 광고 경제와 사실상 동의어였다. 팀 우(Tim Wu)의 저서(Wu, 2017)를 통해 디지털 주목 경제의 메커니즘이 미시 수준까지 분석되긴 했지만 아주 새로운 용어는 아니었다. 인쇄의 황금기에도 광고를 겨냥한 주목 에너지 상품화는 기본적인 수익화 논리였다. 다만 디지털 공간에서 주목 경제는 다른 접근방식을 채택했다. 사용자 대량 데이터에 기반한 정밀한 타깃팅 기술이 그것이다.

 

디지털에서 주목 경제는 데이터 감시와 광고 비즈니스의 결합품이다. 더 많은 데이터 수집으로 타깃팅의 정밀도가 높아질수록 주목의 정도는 비례해 늘어나고 수익의 규모도 덩달아 커진다. 주목 경제는 그래서 사용자 데이터를 집어삼키며 성장했다. 신뢰를 키우기 위한 명분으로 데이터를 수집했지만 정작 이 데이터는 주목 기반의 광고 비즈니스로 전유됐다. 신뢰가 약한 기업 비즈니스 계정이나 페이지도 이 과정에서 실제 이상의 주목을 얻게 됐다.

 

주목은 신뢰와 공존할 수도 있고, 배척할 수도 있다. 주목은 옮음이나 진실을 전제로 하지 않아서다. 유튜브에서 음모론 콘텐츠는 진실과 신뢰와는 배척되지만, 주목과는 잘 어울린다. 그것의 감성적 솔깃함은 주목을 이끌어내는 강력한 동인이 된다. 만일 주목의 현금화를 정책의 우선순위에 둘 경우 SNS는 음모론의 쟁투장으로 변질하고 만다. 아니 실제로 그렇게 됐다. 지금의 유튜브가 국내에서 허위 조작 정보 유통의 근원으로 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늘날 SNS에서 신뢰는 주목 경제의 제단에 올려진 희생양일 뿐이다. 신뢰의 회복을 핵심 가치로 성장한 SNS는 자신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주목 경제와 검은 입맞춤을 하면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소셜미디어 시대는 왜 저무는가 

 

소셜미디어 시대가 저무는 징후는 뚜렷하다. 미국에 한정된 사례이긴 하지만 퓨리서치센터 데이터에 따르면 소셜미디어에서 뉴스를 얻고는 비율은 전년(2020년) 대비 5% 이상 줄어들었다.5) 10년 전과 비교하면 반전인 셈이다. 글로벌 통계 전문 서비스인 스태티스타(Statista)의 데이터도 이를 뒷받침한다. 스태티스타가 집계한 통계6)를 보면, 개별 인터넷 사용자당 소셜미디어 이용 시간이 2020년을 기점으로 줄어드는 정황을 확인할 수 있다. 2019년 하루 평균 145분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1년 142분으로 2018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수용자들의 시선도 차가워지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1 소셜미디어 이용자 조사>를 보면, 매체 신뢰도 측면에서 소셜미디어는 2.78점으로 비교 대상 중 가장 낮았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유튜브를 허위 정보가 주로 확산하는 소셜미디어라고 답했다.7) 뉴스를 접하는 채널로 여전히 유력한 위상을 갖고 있긴 하지만 그 안에서 제작되는 정보를 더 이상은 신뢰하지 않는다는 신호다. 이처럼 이용 시간이 줄고 신뢰가 하락하는 배경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주목 경제와의 위험한 거래를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페이스북 파일’에서 드러났듯8), 주목 비즈니스에 대한 위험한 집착은 사용자 감시와 통제로 얼마든지 전이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확인됐다. ‘주목의 현금화’를 위해 신뢰를 등한시함으로써 오히려 주목을 빼앗기는 역설적 상황이 연출된 것이라고 해석할 만하다.

 

소셜미디어가 다시 부상하려면

 

2000년대 초중반 소셜미디어의 싹을 틔우고 인터넷을 지배하려 했던 디그닷컴(Digg.com)이라는 사이트9)가 있었다. 지금은 기억조차 까마득하지만, 페이스북이 감히 넘보지 못할 정도로 강력한 위상을 자랑했던 소셜 뉴스 사이트이기도 했다. 오죽하면 모든 언론사 인터넷 사이트의 첫 관문이라고 불릴 정도였을까. 그러던 디그(Digg)는 2010년 단 한번의 사건으로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슈퍼사용자와 기업 광고 링크를 과도하게 밀어줬던 알고리즘의 변경이었다.

 

 

디그는 한때 페이스북이 감히 넘보지 못할 정도로 강력한 위상을 자랑했던 소셜 뉴스 사이트였다. <출처 –디그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https://digg.com>;

 

 

본질적으로 ‘소셜’은 관계와 커뮤니티다. 소셜이라는 수식어는 그래서 신뢰와 함께할 수밖에 없다. 과정의 투명성과 결과의 신뢰는 소셜미디어의 시작점이자 종착점이다. 당시 디그의 권력은 첫 페이지 노출에 있었다. 비교하자면 페이스북의 뉴스피드, 유튜브의 추천 페이지 목록과 같았다. 이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사용자들은 디그의 규칙을 준수하고 신뢰했다. 하지만 2010년 디그 V4 개편으로 이 신뢰는 한번에 무너져 내렸다. 기업 후원 링크에 대한 과도한 특혜, 일부 슈퍼사용자에 대한 편애를 알고리즘에 투사함으로써 디그 커뮤니티는 몰락의 길을 재촉했다.10)

 

디그의 죽음은 소셜미디어가 마지막까지 보호해야 할 대상이 수익과 이용자 중 무엇인가에 대한 의미심장한 교훈을 남겼다. 주목의 현금화를 위한 욕망과 신뢰 소비의 욕망이 갈등한다면, 무엇을 우선할 것인가에 대한 힌트도 알려줬다. 그 적정선은 어느 지점에서 구획돼야 하는가도 보여줬다. 적어도 소셜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면 디그의 교훈을 기억 속에서 삭제하지는 않아야 할 것이다.

 

 

 

 

 

 

 

1) Iqbal, M., <Facebook Revenue and Usage Statistics (2021)>, Business of Apps, 2021.11.12, https://www.businessofapps.com/data/facebook-statistics/ 

2) Mosseri, A., <Bringing People Closer Together>, Meta, 2018.1.11, https://about.fb.com/news/2018/01/news-feed-fyi-bringing-peoplecloser-together/

3) Snider, M., <You're more likely to trust news from a trusted Facebook friend>, USA Today, 2017.3.21, https://www.usatoday.com/story/tech/talkingtech/2017/03/21/study-sharer-digital-newsoutweighs-news-source/99447836/

4) <How people decide what news to trust on digital platforms and social media>, America Press Institute, 2016.4.17, https://www.americanpressinstitute.org/publications/reports/survey-research/news-trust-digital-social-media/

5) Walker, M. & Matsa, K. E., <News Consumption Across Social Media in 2021>, Pew Research Center, 2021.9.20, https://www.pewresearch.org/journalism/2021/09/20/news-consumptionacross-social-media-in-2021/

6) Armstrong, M., <Is Peak Social Media Already Behind Us?>, Statista, 2021.11.26, https://www.statista.com/chart/26272/globalaverage-daily-time-spent-on-social-media-per-internet-user/

7) 박지은, <이용자 10명 중 5명 “허위정보 확산 소셜미디어는 유튜브”>, 한국기자협회, 2021.12.23, 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0677

8) Ghussain, A. A, <Facebook Files: How a ban on surveillance advertising can fix Facebook>, Amnesty International, 2021.10.15, https://www.amnesty.org/en/latest/campaigns/2021/10/facebookfiles-how-a-ban-on-surveillance-advertising-can-fix-facebook/

9) Madrigal, A. C., <The Big Digg Lesson: A Social Network Is Worth Precisely as Much as Its Community>, The Atlantic, 2012.7.13, https://www.theatlantic.com/technology/archive/2012/07/the-bigdigg-lesson-a-social-network-is-worth-precisely-as-much-as-itscommunity/259770/

10) RaphaelM, <5 things you need to know about the rise and fall of Digg.com (#5 will shock you!)>, The HBS Digital Initiative,

2016.11.18, https://digital.hbs.edu/platform-rctom/submission/5-things-you-need-to-know-about-the-rise-and-fall-of-digg-com-5-will-shock-you/

  • 필자 : 이성규
  • 소속 : 미디어고토사
  • 직함 : 편집장
  • 발행 : 2022-01-05
  • 조회수 : 641
  • 키워드 : 소셜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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