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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선거 국면을 허위 정보 극복 기회로
허위 정보에 속지 않고 대응하는 방법

등록일 : 2022-02-04

해외에선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팩트체크 기관이 연이어 등장했다. 대선 기간 난무하는 허위 정보에 맞서기 위해 언론 스스로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해외의 팩트체크 프로젝트 사례가 제20대 대선을 앞둔 국내 언론에 주는 시사점과 허위 정보 근절을 위해 국내 언론이 할 일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1990년대 초 미국에서 시작된 팩트체크 저널리즘은 미국 대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최악의 선거로 평가받은 1988년 제41대 대선이 중대 분수령이 됐다. 당시 대선에서 공화당 조지 부시 후보를 위해 맹활약한 선거 기술자 리 앳워터(Lee Atwater)는 선거 승리를 위해 허위 정보를 유포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고, 병에 걸려 죽기 전에야 자신이 한 일을 뉘우치고 반성했다.

 

대선이 끝나면서 미국 언론계에서도 자성이 일기 시작했다. 정치권의 흑색선전을 그대로 인용한 ‘따옴표 저널리즘’, ‘받아쓰기 저널리즘’에 대한 자성은 1992년과 1996년 대선을 거치면서 팩트체크 저널리즘의 맹아가 됐다. 1992년 CNN의 브룩스 잭슨(Brooks Jackson) 기자가 정치 광고를 검증하는 <애드워치(Adwatch)>와 정치인 발언과 주장을 검증하는 <팩트체크> 코너를 진행했고, 같은 해 CBS도 저녁 뉴스에서 <리얼리티 체크(Reality Check)>라는 코너를 편성했다.

 

2000년대 초반이 되면서 미국에서 현대적 의미의 팩트체크 기관이 잇따라 등장했고, 팩트체크 저널리즘은 활짝 꽃을 피웠다. 2003년 12월 등장한 팩트체크닷오르그(FactCheck.org)는 현대적 의미에서 팩트체킹의 원조다. 앞서 언급한 CNN 기자 출신 브룩스 잭슨이 함께 참여한 펜실베니아대 아넨버그 공공정책연구소(Annenberg Public Policy Center of the University of Pennsylvania)에서 개설했다.

 

 

2020년 미국 대선에서 활약한 팩트체크 프로젝트 ‘팩트챗(FactChat)’ <출처 - 포인터재단>

 

 

2007년 또 하나의 새로운 팩트체크 기관이 등장했다.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팩트체킹 전문 칼럼인 <팩트체커(The Fact Checker)>라는 코너를 개설했다. 칼럼니스트 마이클 돕스(Michael Dobbs)가 처음 만들었고, 2008년 대선부터 본격 활동했다. 대선 이후 다소 지지부진하다가 다시 유명세를 탄 것은 2011년부터인데 글렌 케슬러(Glenn Kessler)라는 기자 때문이다. 정치·외교 분야를 오래 담당했던 베테랑 기자인 글렌 케슬러는 2011년 초부터 정기적으로 팩트체커 코너에 칼럼을 게재하면서 남다른 시각과 철저한 검증으로 명성을 날렸다. 특히 이때부터 도입한 ‘피노키오 지수’도 인기몰이에 한몫을 톡톡히 했다.

 

같은 해 등장한 또 다른 팩트체크 전문기관은 폴리티팩트닷컴(Politifact.com, 이하 폴리티팩트)이다. 폴리티팩트는 플로리다 지역신문 템파베이타임스(Tampa Bay Times) 워싱턴 지국장이던 빌 어데어(Bill Adair, 듀크대 교수)가 주축이 돼 만든 팩트체크 사이트다. 주요 정치인 발언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독특한 판정 시스템으로 큰 화제가 됐다. 폴리티팩트는 2008년 미 대선 시기에 왕성한 활동을 했고, 이를 인정받아 2009년 퓰리처상(탐사보도 부문)을 수상했다.

 

이처럼 팩트체크닷오르그, 폴리티팩트, 팩트체커 셋을 합쳐 미국 3대 팩트체커라고 부르는데 출범한 시기를 보면 미국 대선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금세 알 수 있다. 팩트체크닷오르그가 2003년, 폴리티팩트와 팩트체커가 2007년에 탄생했다. 모두 대통령 선거를 치르기 1년 전이다. 또 속칭 가짜뉴스에 대한 고민이 급부상했던 2016년 미국 대선 시기에는 미 전역에서 52개의 팩트체크 기관이 활동했다.

 

2020년 미국 대선에서는 새로운 실험이 진행됐다. 2020년 9월 15일부터 2021년 취임식 때까지 미국 3대 팩트체커를 비롯한 10개의 팩트체크 기관과 2개의 스페인어 매체가 협업을 시도했다. 메신저 프로그램인 왓츠앱(WhatsApp) 지원으로 영어 버전과 스페인어 버전의 검증 결과를 팩트챗(FactChat)이라는 챗봇에 업로드하는 방식이었다. 왓츠앱 사용자는 누구나 무료로 이용이 가능했다. 미국 팩트체커들이 평소대로 대선 과정에 대한 팩트체크 결과를 업로드하면 이것이 즉시 스페인어로 번역돼 스페인어 사용자들에게도 공유되는 방식이다.

 

2017년 프랑스 대선 당시 크로스체크 프로젝트의 검증 사례< 출처 - 퍼스트 드래프트>

 




2019년 아르헨티나 대선 과정에서 활약한 르베르소 프로젝트의 결과를 소개한 내용 <출처 - 르베르소 홈페이지

 

 

팩트체크 경험이 풍부한 미국 팩트체커들이 스페인 매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스페인어 사용자들에게도 팩트체크 결과를 공유하는 실험이었다. 또 일부 내용은 팟캐스트로 만들어지기도 했고, 휴대폰용 애플리케이션 팩트스트림(FactStream) 출시 등 새로운 전달 방식에 대한 고민이 풍부해졌다. 이를 중간에서 조율하고 지원해준 것이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 International Fact Checking Network)였다. 

 

위기의식에서 출발한 크로스체크 프로젝트


대형 선거를 앞둔 협업 모델은 이보다 훨씬 앞서 이미 프랑스에서 선보였다. 2017년 프랑스 대선에서 허위 정보에 맞서기 위해 등장한 크로스체크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2017년 2월에 시작된 크로스체크는 비영리단체인 퍼스트드래프트(First Draft) 주도로 구글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졌다. 이 프로젝트에는 33개의 언론사와 대학, 비영리 기구, IT 기업 등 47개의 파트너가 참여했다. 언론사 중 10곳은 지역 언론이었다. 2017년 2월 27일부터 5월 8일까지 100명이 넘는 저널리스트들이 참여해 대선 과정에서 등장한 온라인상의 루머나 조작된 사진, 동영상 등 허위 정보를 검증했다. 대선과 관련 있는 내용이 주된 검증 대상이었고, 검증 결과는 요약한 뒤 크로스체크 사이트에 게시했다.

 

흥미로운 점은 검증 대상 선정 과정에 트윗덱(Tweetdeck), 크라우드탱글(Crowdtangle), 뉴스윕(Newswhip) 같은 검색 툴을 이용해 트렌드에 부합한 내용인지 모니터링하거나 일반 시민의 참여를 적극 유도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10주 동안 584개 이상의 시민들 질문을 받았고, 이를 할킨(Hearken)의 스프레드시트를 사용해 온라인 양식으로 만들었다. 일부 질문에는 URL을 공유하고 내용이 사실인지 묻는 것이 포함됐으며, 질문은 공동 토론 플랫폼인 슬랙(Slack)에 자동으로 채워지도록 했다.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페이스북 청중이 늘어남에 따라 더 많은 시각적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일부 프로젝트 편집자는 이를 비디오로 만들었다. 일부 동영상은 100만 명이 넘는 사람에게 도달했고, 8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물론 처음부터 수월하게 협업이 진행된 것은 아니다. 경쟁적인 언론의 속성상 협업에 소극적이거나 부정적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2016년 미국 대선과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 과정에서 등장한 허위 정보 문제는 2017년 프랑스 대선에서도 중요한 화두로 등장했다. 허위 정보의 무분별한 확산이 전통 미디어는 물론이고 사회 전체의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동한 것이다.

 

 

크로스체크 프로젝트에 참여한 다양한 매체와 파트너 <출처 - 퍼스트 드래프트>

 

 

따라서 전통 미디어의 협업을 통해 이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중요한 화두가 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크로스체크 프로젝트는 10주 동안 대중적으로 논란이 된 사안 64건을 성공적으로 검증해냈다. 이를 프랑스어와 영어로 게시해 시민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저널리즘 양식을 보여줬고, 참여한 언론 매체들에는 협업의 중요성과 가능성을 제시했다. 뿐만 아니라 크로스체크 프로젝트는 이후 영국을 포함한 여러 유럽 국가는 물론이고, 미국, 브라질, 나이지리아, 스페인, 호주 등 다양한 나라의 선거 기간 협업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일례로 2019년 아르헨티나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크로스체크 모델을 적극 도입한 협업 모델을 선보였다. 역전을 의미하는 르베르소(Reverso) 프로젝트다. 아르헨티나의 대표적인 팩트체크 기관인 체케에도(Chequeado)와 AFP, 퍼스트드래프트 등이 주도하고 수많은 언론사가 동참했다. 대선 과정에서 판치는 허위 정보와의 싸움에서 역전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특히 르베르소는 자신들의 협업은 프랑스의 크로스체크 프로젝트에서 영감을 얻었고 이를 벤치마킹해 아르헨티나에 적용했다고 소개했다. 르베르소 프로젝트에는 100개 이상의 미디어 조직이 참여해 아르헨티나 23개 주와 1개의 자치 지역에 영향을 미쳤고, 41개 조직은 지금까지도 참여하고 있다. 크고 작은 신문사들은 물론이고, 라디오 방송과 TV 방송까지 거의 모든 종류의 매체를 아우르는 협업이 이뤄진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프로젝트를 주도한 체케에도의 로라 좀머(Laura Zommer) 이사는 “TV 방송국, 라디오, 인쇄 매체, 디지털 매체 등 다양한 미디어 조직이 있었고, 정부에 동조하는 언론과 야당에 동조하는 언론 등 정치적 스펙트럼에서도 다양성이 있었다”면서 “이러한 다양성이 정치적 편견에 대한 비난으로부터 프로젝트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국내 언론의 고질적 문제점으로 제기되는 진영 논리나 정치 성향의 차이를 르베르소 프로젝트에서는 되레 협업의 발판으로 삼은 것이다. 좀머 이사는 “아르헨티나에서 ‘라 그리에타(정치적 분열)1)’라고 부르는 양측 언론과 파트너십을 맺을 수 없었다면 아마도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우리가 하려는 일에서 성공하려면 정치적 스펙트럼 양쪽 모두의 미디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마음을 바꿨는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행동을 바꿨다”면서 “승리한 정부의 정당성에 허위 정보가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팩트체크 협업 우리는 불가능한가


앞서 언급한 2017년 프랑스 대선의 크로스체크 프로젝트, 2019년 아르헨티나 대선의 르베르소 프로젝트 그리고 2020년 미국 대선의 팩트챗 협업은 국내 언론에도 적잖은 시사점을 안겨준다. 대통령 선거나 총선, 지방선거 등 주요한 선거 때마다 우리 언론들은 협업을 통한 공적 역할을 담당하기보다는 무한경쟁, 각자도생의 길을 선택했다. 이 과정에서 진영 논리의 한 축을 담당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더구나 선거 때면 더욱 기승을 부리는 허위 정보를 모두가 우려한다고 말하지만 이를 막기위한 노력을 얼마나 기울였는지 의문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국내 언론계는 어떤 역할과 기여를 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언론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날이 갈수록 떨어져 언론의 존재 기반마저 흔들고 있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발상과 접근이 필요하다. 원칙이나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재난 상황 취재 보도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세월호 참사 당시 언론의 밑바닥을 보여줬던 것이 아니다. 비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관성대로 ‘단독’, ‘속보’라는 이름을 내건 무한경쟁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관성을 거스르고 벗어나려면 상당한 노력을 동반한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하다. 선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언급했듯이 이미 여러 나라에서 위기에 처한 저널리즘을 구하기 위해 자신들의 정견을 잠시 뒤로하고 힘을 모은 사례들이 있다. 이런 협업 프로젝트에서는 몇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첫째 대형 선거를 허위 정보와 맞서 싸울 계기로 삼은 점이다. 정치적 양극화가 심한 나라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욱 절감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일 수 없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올해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잇달아 치르게 된다. 허위 정보가 만연할 가능성도 크지만 이를 퇴치하기 위한 언론의 협업을 시도해 볼 절호의 기회도 열리고 있는 셈이다. 

 

두 번째는 가장 대중들이 많이 활용하는 SNS나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 앱을 통해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 여기에 플랫폼 사업자들은 기술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해외 사례를 잘 분석해보면 허위 정보가 가장 많이 유통될 수 있는 온라인 환경을 모니터링하는 다양한 툴을 이용했고, 허위 정보에 대한 검증 결과를 가장 빠르게 확산할 수 있는 대중적인 메신저 앱 등을 전략적으로 활용했다. 이를 위해 관련 사업자들을 설득하고 동참시킨 점을 알 수 있다. 

 

마지막 공통점은 쉽지 않은 협업을 적극적으로 추동해 낸 중심 조직(세력)이 있다는 점이다. 2017년 프랑스 대선에서는 퍼스트드래프트가 그런 역할을 했고, 2019년 아르헨티나 대선에서는 팩트체크 기관인 체케에도가 주도했다. 2020년 미국 대선에서는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가 다양한 팩트체크 기관들을 묶어내는 가교 역할을 했다. 발상을 바꾸고, 주저하는 사람들을 설득하고 추동할 중심 세력만 있으면 나머지는 부차적인 문제다. 우리나라만 못할 것이라고 미리 예단하는 것은 지나친 자기비하가 아닐까. 2022년 선거 국면이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될 수도 있다.

 

 

 

 

 

1) 라 그리에타(La grieta)는 틈, 균열을 뜻하는 스페인어로 그 의미를 확장하여 정치적 분열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기도 함

  • 필자 : 정재철
  • 소속 : 내일신문
  • 직함 : 기자
  • 발행 : 2022-02-07
  • 조회수 : 536
  • 키워드 : 선거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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