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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는 리뷰 플랫폼 산업 전반에 번진 독버섯
한겨레 <플랫폼 리뷰 조작단> 취재기

등록일 : 2022-11-02

플랫폼 시대, 제품 구매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리뷰’다. 물건뿐 아니라 콘텐츠를 선택할 때도 사람들은 리뷰를 참조한다. 우리의 소비를 넘어 일상을 지배하는 리뷰, 과연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리뷰 조작단’의 실체를 파헤친 취재 후기를 들어본다. 편집자 주

 

교통 플랫폼으로 택시를 잡아 출근하고, 음식 배달 플랫폼으로 점심을 배달해 먹는다. 패션 플랫폼에서 간절기 옷을 쇼핑하고, 장보기 플랫폼에서 저녁거리를 주문한다. 스마트폰에서 손가락 클릭 하나로 뭐든지 할 수 있는 플랫폼 시대. 불과 몇 년 사이 넘쳐난 플랫폼들과 그 안의 수많은 리뷰는 우리의 일상과 소비 패턴을 지배하고 있다.

 

“리뷰 조작?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잖아!”

 

플랫폼 리뷰 조작에 대한 팀원들의 첫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코로나19 이후 플랫폼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리뷰 조작 관련 문제는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 리뷰 테러, 쿠팡 자사 브랜드(PB) 리뷰 조작 의혹 등으로 꾸준히 다뤄져 왔기 때문이다. ‘의문의 엑셀 파일’이 등장하기 전까지 리뷰 조작은 플랫폼 사회에서 발생하는 부작용 중 하나쯤으로 생각됐다.

 

‘쿠팡, 9월 13일, 이oo, 도어행거 11,600원, oo은행, 리뷰 작성 완료’라는 제목으로 ‘플랫폼 리뷰 조작단’이 작성한 엑셀 파일에는 리뷰 작업을 진행한 플랫폼 명과 리뷰 작업자 이름, 은행 계좌번호 등 개인정보가 상세히 적혀있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함께 플랫폼 광고 문제를 살펴보기 위해 광고대행사들을 취재하던 중 우연히 흘러들어온 회사 내부 자료였다. 자신들이 안전하게 리뷰 작업을 해 온 업체라는 걸 증명하려던 자료는 플랫폼 이면의 기업형 리뷰 조작의 실체를 수면 위로 드러낸 실마리가 됐다.

 

초기 취재를 통해 리뷰 조작이 해당 업체와 특정 플랫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한 뒤 본격적인 취재가 시작됐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플랫폼 입점 상인들은 “다들 (리뷰 조작을) 하는데 안 하면 손해”라고 입을 모았다. “플랫폼에서 장사하려면 리뷰 작성 비용을 고정비처럼 써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상인들의 설명을 듣고 플랫폼 리뷰 조작 실태를 심층 취재할 필요성이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그동안 언론에서 거짓 리뷰 문제는 다뤄져 왔지만, 기업형 리뷰 조작단의 실체를 상세히 조명한 보도는 없었다. 엑셀 파일을 입수한 뒤 현장 이야기를 접한 팀원들의 취재 의욕도 뜨거워졌다.


독버섯처럼 번진 기업형 리뷰 조작

 

한겨레 빅테크팀은 우선 상인을 가장해 엑셀 파일 작성 업체를 비롯해 최대한 많은 리뷰 업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리뷰 조작이 해당 업체만의 특수한 문제인지를 판단할 근거가 필요했다. 리뷰 대행 경험이 있는 상인들의 추천을 받아 주요 업체 10여 곳을 선정, 오메가3와 마스크팩 같은 상품군의 온라인 판매량을 빠르게 늘리고 싶다며 컨설팅을 의뢰했다.

 

업체들의 컨설팅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애초에는 쿠팡과 네이버, 일부 오픈마켓에서만 리뷰 조작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인스타그램과 당근마켓, 펀딩 플랫폼, 지도 앱, 내비게이션 등 현존하는 모든 플랫폼에서 리뷰 조작이 가능하다는 제안이 왔다. 리뷰에 광고 대가성 여부를 표시하지 않는 ‘불법 리뷰’였다. 경쟁 제품에 낮은 별점과 나쁜 상품평을 다는 방법으로 내 제품의 판매 순위를 높이는 기법까지 소개를 받았다. 소셜미디어상의 유명인들에게 내 제품을 노출해 ‘인기 상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제안도 있었다.

 

네이버 상품찜 500원, 쿠팡 실사용 구매평 4,000원, 인스타그램 체험단 5,000원, 맘카페 바이럴홍보 5만 원 등 단가표들도 첨부됐다. 플랫폼별로 해당 가격이 책정된 배경을 묻자 “리뷰 시장에서 비슷하게 설정된 가격”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얼마나 많은 리뷰 알바를 확보하고 있는지에 따라 업체가 한 번에 작업할 수 있는 리뷰 개수와 단가가 달라진다고 했다. 엑셀 파일로부터 시작된 기업형 리뷰 조작 의혹은 특정 업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플랫폼 산업 전반에 번진 독버섯과도 같았다.

 

트래픽 조작을 제안하는 업체도 있었다. 상품 순위를 올리기 위해서 리뷰 작성뿐만 아니라 해당 상품의 검색 빈도를 의도적으로 높이는 작업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해 해당 상품 페이지를 검색해 일정 시간 머물다 빠져나오는 트래픽 조작 방법이다. 100명이 해당 상품을 검색한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5만 원의 비용이 들어갔다.

 

엑셀 파일에 명시된 190건의 리뷰 조작 실태를 분석하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했다. 작성자의 아이디와 구매 일자 등 정보를 바탕으로 실제 작성 리뷰를 특정하는 지지부진한 작업이었다. 분석 결과 조작된 리뷰들의 공통점이 발견됐다. 공통으로 들어간 단어와 리뷰 길이, 사진 개수 등 리뷰 첫 페이지에 노출되는 알고리즘이 포착된 것이다. 업체가 리뷰 최상위에 노출되는 매뉴얼에 맞춰 리뷰를 작성시킨 결과다. 그 결과 조작된 리뷰들이 기존 리뷰를 뒷순위로 밀어내 소비자는 조작된 댓글을 보고 상품을 구매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 잣대인 플랫폼 속 여론은 돈으로 쉽게 살 수 있는 허상이었다.

 

플랫폼은 알바 놀이터

커지는 소비자 피해

 

첫 보도는 엑셀 파일을 작성한 업체 김 아무개 부장의 컨설팅 내용을 바탕으로 시작했다. 상인이 건넨 돈의 액수에 따라 얼마든지 플랫폼 판매 순위를 조작할 수 있는 현실을 담아냈다. 많은 리뷰 대행업체 취재 내용을 바탕으로 플랫폼 업계 전반에 퍼진 리뷰 조작 실태도 조명하고 싶었다. 기업형 리뷰 조작이 야기한 플랫폼 생태계의 악순환을 잘 드러내기 위한 목적이었다. 플랫폼 알고리즘 등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주제를 쉽게 설명해달라는 데스크의 주문을 반영해 기사 수정 작업이 수차례 반복됐다.

 

쿠팡을 예로 들어 ‘리뷰 작업을 진행한 상품의 최상위 상품평 다섯 개 중 네 개는 조작된 것’이라는 내용의 보도는 큰 반응을 얻었다. 한겨레 누리집에는 “상품평을 믿고 구매했던 상황에 배신감을 느꼈다”는 독자평이 쏟아졌다. “막연히 리뷰 알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로 심각한 수준일지는 몰랐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후속 보도는 ‘크몽’과 ‘숨고’ 같은 재능 거래 플랫폼에서 불법 리뷰 조작 업체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첫 보도를 본 상인들이 재능 거래 플랫폼에 등록된 업체를 취재해달라는 요청을 해 후속 취재를 할 수 있었다.

 

재능 거래 플랫폼에서 매출 상위 업체 5곳을 선정해 리뷰 조작과 트래픽 작업 의뢰를 넣었고, 모든 기업으로부터 작업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숨고에 리뷰 작업 의뢰서를 올려놓자 30곳 넘는 업체에서 제안서가 몰려들었다. 재능 거래 플랫폼에 등록된 5,000개의 마케팅 업체가 게시한 홍보 설명 자료, 의뢰인 평가 등을 분석해 약 500개 업체가 불법 소지가 있는 리뷰 대행 작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기존 광고 대행 업체들이 코로나19로 급격히 커진 플랫폼 산업에 들어와 생존을 위해 선택한 영업 방식이다.

 

보도 뒤 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리뷰 조작은) 소상공인에게 극심한 피해를 줄 수 있는 갑질 행위에 해당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관련 부처들과 협의체를 만들어 리뷰 조작 관련 대응책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참여연대를 포함한 시민단체들도 리뷰 업체들과 리뷰 조작을 방치하는 플랫폼 업체들에 대한 문제 제기를 예고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플랫폼 입점 상인들은 “다들 (리뷰 조작을) 하는데 안 하면 손해”라고 입을 모았다. Ⓒ한겨레

 


플랫폼 리뷰 조작 근절할 수 있을까

 

취재를 하며 계속 반복된 질문이 있었다. 소비자 피해를 키우는 리뷰 조작은 누구의 책임일지에 대한 문제였다. 리뷰 조작을 의뢰하는 상인, 리뷰 조작을 직접 실행하는 업체들, 리뷰 조작을 방치하는 플랫폼 간의 삼각관계에서 가장 큰 책임자는 누구일까?

 

상인들은 모두가 리뷰 작업을 하는 환경 속에서 생존을 위한 제로섬 게임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리뷰 업체들은 플랫폼 생태계의 허점을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했다. 상인들은 안 써도 될 비용을 리뷰 업체에 광고비 명목으로 쏟아부었고, 그 리뷰를 보고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었다.

 

가장 큰 원인은 이런 악순환을 방치하는 플랫폼에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플랫폼은 방치를 넘어 리뷰 조작을 방조하고 있었다. 쿠팡의 경우 리뷰 작성 개수가 많은 리뷰어들의 순위를 매겨 혜택을 주는 방법으로 리뷰 조작을 부추겼다. 상위 순위 리뷰 작성자들은 쿠팡과 리뷰 업체에서 이중 혜택을 받으며 일주일에 수십 개의 리뷰를 조작하고 있다. 리뷰 작성을 일처럼 하는 ‘전문 리뷰어’가 생겨날 정도였다.

 

재능 거래 플랫폼들은 중개 수익을 위해 리뷰 업체들의 영업 활동을 방임하고 있다. 오히려 “업체와 상인 간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발생한 문제여서 통제할 방법이 없다”는 무책임한 반응을 보였다. 중개를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는 플랫폼 생태계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소비자들이 리뷰를 불신하기 시작한 상황에서 플랫폼 기업들의 자구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플랫폼 소비에 대한 신뢰 자체를 잃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겨레 빅테크팀의 기획과 후속 보도가 플랫폼 리뷰 생태계를 정화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 필자 : 옥기원
  • 소속 : 한겨레 경제산업부
  • 직함 : 기자
  • 발행 : 2022-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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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워드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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