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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다이어트에 필요한 똑똑한 간결함
북 리뷰: 《스마트 브레비티》

등록일 : 2023-07-05

 

《스마트 브레비티》 Ⓒ생각의힘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다이어트는 만만하고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또 엄청나게 힘든 일도 아니며 건강에는 유익하고 목표 달성 후에는 보람도 매우 큰 가치 있는 도전 프로젝트다. 다이어트와 마찬가지로 글쓰기에서 ‘간결함’의 중요성은 누구나 다 알지만, 그것을 달성하는 일은 마음만 먹는다고 뚝딱 이뤄지진 않는다. 적어도 몇 달의 노력은 필요하며, 효과를 거뒀다고 딱 멈추면 당연히 요요 현상도 일어날 것이다. 《스마트 브레비티》의 공동 저자인 마이크 앨런(Mike Allen)이 15년간 매일 아침 꾸준히 쓴 뉴스레터는 2,500편이 넘는다.

 

미국 내 최다 구독자를 보유하고 최대 수익을 올리고 있는 뉴스레터 액시오스(Axios) 설립자들이 공동 저자로 참여한 책 《스마트 브레비티》는 글쓰기의 심오한 진리를 전달하려는 것이 아니라 ‘똑똑한 간결성’이라는 제목답게 실용적 도구의 일환으로 뉴스 작성자들의 간결성 훈련을 위해 집필됐다. 그림에 불필요한 선이 필요 없고, 기계 장치에 불필요한 부품이 없어도 되는 것처럼 실용적인 글쓰기도 그러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길게 쓸까? 홍보 기업 에델만의 CEO 로스(Lisa Osborne Ross)는 “덧붙이는 설명에 불안을 숨기기 위해” 길게 쓴다고 진단한다. 충분한 확신이 있다면 길게 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가정해 보자. 엘리베이터에 함께 탄 동료가 잠시 후 문이 열리면 어디론가 가버릴 것이다. 문이 열리기 전에 지금 그에게 꼭 전달해야 할 내용이 있다. 그럴 때 어떤 안부 인사로 말문을 열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은 쓸데없는 시간 낭비일 것이다. 한마디로 핵심만 전달해야 할 텐데 그것이 뉴스레터를 비롯해 실용적인 글쓰기에 두루 적용되는 표현 원칙이라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수사학》에서 이론을 정립한 이래 수천 년 동안 변함없는 글쓰기(발표)의 3원칙은 ‘로고스(이성)’, ‘파토스(감성)’, ‘에토스(덕성)’를 잘 표현하는 것이었다. 글쓰기(발표)의 목적이란, 

 

△합리적인 근거로 독자(청중)를 설득하고(로고스) 

△같은 눈높이에서 독자(청중)와 공감하며(파토스) 

△공동체에 유익한 가치를 역설하는 일이다(에토스).

 

《스마트 브레비티》 역시 이 3요소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도발적인 제목(파토스)

△핵심 내용을 합리적으로 잘 요약한 리드문(로고스)

△구성원을 위한 뚜렷한 목표 설정(에토스)

 

뉴스레터 액시오스의 모토가 ‘독자 우선(audience first)’임을 보건대 ‘파토스(공감, 독자의 감정)’ 항목을 무엇보다 중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들은 ‘가장 친한 사람에게 설명해 보기’를 효율적인 파토스 공략 기법으로 제시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 행정부의 참모였던 클리프 심스(Cliff Sims)는 달변가지만 책 집필에는 곤란을 겪었는데,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아내에게 매일 들려주면서 녹음했고, 그 녹음된 내용을 나중에 원고로 옮겼더니 베스트셀러가 됐다. 전문가와 인터뷰한 다음에는 연인이나 친한 친구에게 전화로 그 내용을 설명해 보라. 만일 상대방이 이해하거나 흥미로워한다면 그것을 인터뷰 기사 첫 문장으로 쓰면 된다.


독자를 도발하라

 

<저(低) 폐기물 경제가 본궤도에 진입하다>라는 제목이 공감대를 떨어뜨린다면 <쓰레기에서 돈을 캐는 스타트업>이라는 제목은 도발적이면서도 독자 관심도를 높인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똑같은 내용이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주목도가 확연하게 달라진다. 특정 계층이 선호하는 표현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워런 버핏’이라는 키워드를 선호하고, 10대 청소년들은 ‘나이키’라는 키워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이를 잘 활용하면 좋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도발’은 그런 의미의 단어다. 그렇지만 도발로만 그치면 안 되고 독자에게 적절한 유용성과 가치를 함께 제공해야 완성도 높은 글이 될 것이다. 액시오스 뉴스레터가 지향하고 실천하는 표현의 3원칙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여섯 단어 이내로 도발적인 문구 작성

△두 문장으로 중요 내용 요약

△매주 1회 구성원·회원과 방향성을 공유할 것 

 

도발적인 제목은 물론이고 리드문(‘lead’라는 단어가 인쇄 조판의 납(lead) 활자를 연상시키므로 요즘에는 ‘lede’라고도 표현함) 역시 간결하게 작성해야 하는 까닭은 독자들의 읽기 습관 때문이다. 사람들이 기사 읽기에 쓰는 시간이 평균 26초라는 조사가 있다. 한 단락을 채 읽지 못할 시간이다. 인스타그램 릴스 영상이나 유튜브 쇼츠 영상처럼 짧은 분량의 콘텐츠가 부쩍 늘어나는 것은 현대인의 집중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걸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컨설턴트 린다 스톤(Linda Stone)은 현대인의 읽기 습관이 ‘지속적인 부분 집중(continuous partial attention)’ 상태에 있다고 지적하는데, ‘파편적인(partial)’ 부분에만 초점을 두고 ‘집중력 저하’라고 단정할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continuous)’ 측면도 있음을 살펴보면 좋을 듯하다. 평균적인 현대인들은 20분짜리 영상 한 편을 20분간 집중해서 보지는 못하지만, 1분짜리 영상은 집중해서 200편도 볼 수 있는 것이다. 따지면 세 시간 반 동안 콘텐츠에 집중하는 셈이다.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드라마를 ‘정주행’하는 것을 떠올려 보라. 독자는 예나 지금이나 자기 관심사에 흠뻑 몰입한다.


짧지만 얕지 않게

 

조사 통계에 따르면 독자들의 90%는 뉴스레터를 받으면 평균 두 문장 정도 읽고 해당 브라우저 탭을 닫는다. 트위터 160만 팔로워를 보유한 마케터 크리스 사카(Chris Sacca)는 비즈니스 메일을 완성한 후에 내용을 두 문장으로 요약해 게시물 첫머리에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 점이 중요하다. 내용을 완벽하게 숙지한 후에 두 문장으로 재정리하기. 그 짧고 간결한 두 문장 안에는 기사의 수준이 녹아들어 있다. 

“짧지만 얕지 않게”라는 구절이 《스마트 브레비티》의 핵심 주장을 잘 표현한다. “나투라 인 미니마 막시마(natura in minima maxima)”라는 라틴 격언이 있다. ‘자연은 최소로 최대를 짓는다’는 뜻인데 만일 가장 자연스러운 문장이 있다면 그건 최소 단어로 최대 뜻을 전달하는 표현일 것이다. 

 

《스마트 브레비티》의 ‘브레비티(brevity)’는 ‘최소’ 분량을 가리키는 간결함이라기보다는 ‘충분한’ 분량의 간결함을 가리킨다고 이해해야 한다. 어떤 내용을 표현하기에 두 단어가 필요하다면 그것이 충분한 분량이고 다섯 단어가 필요하다면 그것이 충분한 분량이다. 피타고라스 정리를 표현하려면 적어도 미지수 세 개와 덧셈 기호 하나, 등호 하나가 필요하다. 기사문에서 순수한 텍스트를 제외한 다른 요소들이 과연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얼마나 필요한가 하는 기준을 세울 때도 이 ‘충분함’의 관점으로 접근하면 된다. 독자의 90%가 두 문장밖에 읽지 않는다는 통계를 다시 유심히 보면, 나머지 10%는 더 많이 더 오래 읽는다는 말이 된다. 이 충실한 독자들을 위해 구체적이며 유익한 상세 내용이 필요하다. 즉, 자료나 인용문의 출처, 관련 동영상이나 팟캐스트 목록, 인물 정보, 지도와 통계 자료 등이 포함되는데 이 자료들을 모두 읽지는 않더라도 10%의 독자들은 그런 세부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수록된 것을 살펴보면서 해당 매체를 신뢰하게 된다. 


기자는 오디션 예심 1차 심사위원

 

저자들이 당부하는 것 중에는 “독자를 웃기려 하지 말고, 수수께끼를 내지 말며, 비꼬는 말투를 쓰지 말아야 한다” 등이 있다. 그 이유는 간결성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간결성은 분량 문제가 아니라 충분함의 문제다. 한 문장보다 두 문장의 효과가 좋으면 당연히 두 문장을 택해야 한다. 사진 한 장보다 두 장이 필요하다면 당연히 두 장을 모두 실어야 한다. 

 

기사를 쓰면서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독자의 시간을 절약해주는 일이다. 대신 뭔가를 해준다는 뜻이 아니라 선택지를 조금 줄여주되 선택의 최종 몫은 독자에게 남겨둬야 함을 잊으면 안 된다. 가령 시장에서 구매 가능한 열 가지 제품 중에 기자가 두 가지를 골라서 독자에게 추천하는 방식이 아니라, 열 가지 제품 중에 가치 없는 네 가지 정도를 걸러낸 다음, 후보로 남은 여섯 가지 제품의 특징을 제품당 한 문장 정도로 독자에게 요약해 주는 일을 해야 한다. 우리는 다음 세 가지 사항을 충족시키면 된다. 첫째, 독자가 모르는 것, 둘째, 독자가 궁금해하는 것, 셋째, 독자가 알아야 하는 것.


준비한 슬라이드 20쪽, 필요한 건 2쪽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통치…”로 유명한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 분량은 겨우 272단어다. 녹음 장치도 없던 시절, 취재하던 기자들이 미처 준비도 하기 전에 연설이 끝나버려서 서로 들은 내용을 취합해 원문을 재구성해 보았다는 일화도 전한다. “국가가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해줄지 바라기보다는…(세계 평화를 실현하려면 강인한 인내가 필요하다는 맥락)”으로 유명한 존 F. 케네디의 대통령 취임 연설은 15분 정도밖에 안 된다. 세계적인 강연 플랫폼인 TED의 권장 강연 분량은 18분 이내다. 저자들은 모든 발표는 15단어로 요약될 수 있어야 함을 강조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1년 슬로바키아를 방문했을 때 신부들의 설교를 듣고 나서 40분짜리를 10분으로 줄이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넨 적 있다. 구체적인 상황이야 다르지만 용도의 본질은 동일한 다른 이야기를 소개한다. 파워포인트 발표 자료를 준비하면서 “20쪽이 필요할 것 같은 생각이 들면 실제 필요한 슬라이드는 2쪽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 조사에 따르면 회의에 참여하는 직원들의 90%는 회의 시간 동안 다른 생각을 하고 그중 72% 정도는 몰래 다른 업무를 본다. 그 평균 통계를 뒤집을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해야 할 텐데, 저자들은 “좋은 회의는 시작 전에 이미 결정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목적이 뚜렷해야 하고, 한 문장으로 간략히 요약될 수 있어야 회의가 유익하다는 것이다. 적정 회의 시간은 20분 이내며, 가끔 5분짜리나 10분짜리 회의를 시도해 보면 좋다고 한다. 회의 주관자에게는 글쓰기(표현) 능력이 필요한데, 그 능력은 사전 공지와 사후 요약에서 발휘된다. 회의를 소집하며 보내는 안내문과 마친 직후 보내는 정리문에는 3요소가 간결하게 제시돼야 한다.

 

△회의 내용

△회의의 중요성

△회의에서 결정할 사항

 

아리스토텔레스가 강조한 3원칙 중 ‘에토스’는 거창하게는 ‘보도 윤리’에 해당할 텐데 이 책은 그 범위까지 언급하지는 않는다. 다만 ‘취재 태도’에 대한 강조가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작가 마크 트웨인의 말을 빌리면 “거의 정확한 단어와 정확한 단어의 차이는 반딧불이와 번갯불의 차이”다. 저자들이 끝으로 강조하는 것은 적절한 타이밍이다. 정기적인 뉴스레터 공유는 구성원들과 회원들의 유대감을 높여준다. 뉴스레터 발송의 적정 간격은 매주 1회인데 저자들이 오랜 경험에서 터득한 뉴스레터 발송의 최적 시간대, 즉 소속감과 정보 열람 욕구가 가장 커지는 시간대는 월요일 오전이다. 이왕이면 이 시점에! 이왕이면 이 매체에! 이왕이면 이 기사와 함께!… 이런 ‘이왕이면’ 태도가 기자에게는 필요하다. 기왕에 시작한 기사 다이어트, ‘이왕이면’ 잘해야 하지 않겠는가.

  • 필자 : 이강룡
  • 소속 : .
  • 직함 : 작가
  • 발행 : 2023-07-05
  • 조회수 : 101
  • 키워드 : 북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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