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실시간 미디어 모니터링 제공업체 스트림(Streem)이 세 번째 호주 미디어 현황 보고서(State of Australian Media Report)를 출간했다. 이 보고서는 2024년을 맞아 호주 미디어 산업이 직면한 도전 과제와 기회 분야를 선정해 요약하고 있다. 가짜뉴스와 허위 정보 확산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고 사회·정치적 사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원하는 뉴스 소비자들의 요구가 증가하고 있는 시점에 이번 보고서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 뉴스 소비 동향
2023년 호주의 뉴스 미디어 시장은 ‘회복’, ‘디지털 전환’, ‘정보의 신뢰성’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된다. 최근 여론조사 업체 로이 모건(Roy Morgan)이 발표한 호주의 뉴스 소비 관련 데이터에 따르면, 14세 이상 호주인의 96%가 매월 다양한 형태의 뉴스(인쇄 및 디지털 포함)를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인의 뉴스 소비는 디지털 플랫폼에 상당한 의존도를 보여준다. 1,970만 명의 호주인이 온라인으로 뉴스를 접하고 있으며 이들 중 절반 이상(57%)이 한 달 내 인쇄 뉴스와 디지털 뉴스 플랫폼 모두를 이용했다. 전통적인 종이 매체의 인기 또한 높았다. 1,150만 명의 호주인이 종이 잡지를 읽었으며, 특히 이는 2022년에 비해 4.1% 증가한 수치다. 유료 뉴스를 이용하는 소비자 또한 증가했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디지털 뉴스 리포트(Digital News Report 2023)>에 따르면 호주 응답자 중 온라인에서 유료 뉴스를 이용한 경우는 22%로 2022년 대비 5% 포인트 증가했다. 한편 호주인 70%가 일반적인 뉴스 및 속보 외에도 세 개 이상의 뉴스 카테고리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호주 뉴스 소비자들의 다양한 뉴스 소비 패턴을 보여준다.
공정하고 진실된 저널리즘에 대한 지속적 요구
미디어 이용 지형의 큰 변화와 함께 뉴스 소비 행동 또한 변화하고 있지만,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한 요구는 변함이 없다. 특히 호주 국민의 오보 및 가짜뉴스 확산에 대한 우려는 상당히 큰데, 캔버라대 뉴스미디어연구센터 <2023년 호주 디지털 뉴스 리포트(Digital News Report Australia 2023)>에 따르면 호주 응답자의 69%가 이를 우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2022년 대비 5%p 증가한 수치로 조사 대상 46개국 중 가장 높다. 이는 호주인이 소비하는 뉴스의 신뢰성과 진실성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최근 호주에서 진행된 보이스(Voice) 국민투표1)는 오보, 뉴스 공정성, 저널리즘의 진실성에 관한 사회적 담론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스트림 미디어 모니터링 집계에 따르면 이 주제는 국민투표일에 이르기까지 19만 건 이상의 뉴스에 언급되며 집중적으로 보도됐다.[그림] 특히 국민투표 전 스카이뉴스(Sky News Australia)는 24시간 보이스 국민투표 특별 채널을 론칭해 국민투표 관련 사안을 집중 보도했다. 이에 대해 가디언과 같은 진보 성향 언론들은 미국의 폭스뉴스를 빗대어, 보이스 국민투표와 관련된 잘못된 정보를 유포하며 반대 여론 확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2) 보이스 국민투표는 문화적으로 민감하고 복잡한 주제에 대한 사실적이고 편견 없는 보도를 보장하기 위한 언론 보도 지침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한편 디지털 뉴스 리포트에 따르면 호주 미디어 신뢰도는 2022년 대비 2%p 증가한 43%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여전한 강자 페이스북, 강력한 경쟁자 틱톡
30억 명의 사용자를 기반으로 한 페이스북이 여전히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틱톡은 강력한 경쟁자로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2023년에는 전년도 사용자 수 대비 17% 성장을 기록하며 총 사용자 수가 17억 명에 이르렀다. 2023년 4월 호주 정부는 국가 보안상의 이유로 연방 정부 부서와 기관 업무용 기기에서 틱톡 앱 사용을 금지했다. 공무원들의 업무용 기기에서 틱톡 사용을 금지한 바 있는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에 이어 호주 또한 틱톡 금지령 대열에 합류한 셈이다.
일론 머스크가 인수한 트위터는 새로운 이름과 로고를 포함해 전면적 개편을 단행했지만, 호주 국민에게는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내지 못했다. 호주 트랙수트(Tracksuit)의 조사에 따르면, 오직 20%의 호주인만이 트위터의 변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자의 선호도, 기술 혁신, 언론 자유와 가짜뉴스 확산, 데이터 보안과 같은 요인들로 2023년 소셜미디어 시장은 그 어느 해보다 역동적인 한 해를 보냈다.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 대한 대응으로 호주 정부의 디지털 플랫폼 사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려는 움직임 또한 확산되고 있다.
여성 소비자, 콘텐츠 시장을 주도했다
2023년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추세는 영화·스포츠·음악 분야에서 여성 소비자들이 강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그 저력을 입증했다는 점이다. 그 어느 때보다 여성 주도 콘텐츠가 많은 관객을 끌어들이고 전례 없는 수익을 창출했다. 2023년 FIFA 여자 월드컵에서 영국과 준결승 경기를 치른 호주 축구대표팀 마틸다스(Matildas)의 경기는 호주 인구의 43% 이상이 시청했다. 전국적으로는 무려 1,115만 명의 시청자가 경기를 지켜봤으며, 시청률 조사기관인 오즈탬(OzTAM)과 채널7에 따르면 여자 월드컵 경기의 평균 관중 수는 713만 명이었다. 이러한 기록적 수치는 호주에서 여성 스포츠의 인기가 증가하고 있음과 동시에 여성 스포츠 이벤트의 잠재적 시장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2023년 호주 디지털 뉴스 리포트>에 따르면, 호주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뉴스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가 낮았다.3) 이 격차는 조사에 참여한 46개국 가운데 가장 컸다. 뉴스 매체에 대한 선호에서도 성별 차이가 분명했다. 여성 뉴스 소비자의 언론사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 사용 비율(45%)이 남성(58%) 대비 훨씬 낮았지만, 소셜미디어에서의 뉴스 이용 비율(48%)은 남성(42%) 대비 높았다. 주류 뉴스 미디어에 대한 신뢰도 또한 남성 대비 낮았다. 여성 소비자가 주도하는 콘텐츠 시장의 잠재력이 큰 만큼, 호주 언론사들이 여성 뉴스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콘텐츠 생산과 배포에 전략적 노력을 기울일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인다. 여성의 관점과 요구를 반영하는 다양하고 균형 잡힌 뉴스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여성 뉴스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넓은 시장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미디어 환경 변화 속 등장한 인공지능
2023년은 인공지능(AI) 기술이 일상에서 널리 쓰이며 그 효율성과 혁신을 경험한 중요한 해였다. 오픈AI가 개발한 챗GPT는 인공지능을 일반인들의 일상생활로 끌어들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오픈AI는 2022년 11월 30일에 챗GPT의 초기 데모를 공개했으며, 단 닷새 만에 1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모았다. 2023년 1월부터 8월까지 사용자 수가 80.5% 증가했으며, 이 기간에 챗GPT의 사용자 수는 1억 명에서 1억 8,000만 명으로 급증했다.
인공지능의 급부상과 더불어 다른 한편으로는 윤리 문제와 오정보 확산 등 인공지능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두려움 또한 확산됐다. 로이 모건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호주인 20%는 인공지능이 다음 20년 내 인류 멸종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고 믿으며, 57%는 인공지능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더 많은 문제를 만든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호주 국민의 우려는 인공지능의 혜택과 공공의 이익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정책적 틀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언론사들은 인공지능 시스템의 투명성과 책임성에 점점 더 초점을 맞춰가고 있다. 인공지능에 대한 높아진 관심에 반해, 인공지능 기술이 뉴스 콘텐츠 생산·배포·윤리적 측면에서 언론사와 저널리스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다만, 스트림 보고서는 2023년 내내 인공지능이 받은 사회적 관심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을 시사한다.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이 미디어와 저널리즘을 포함한 다양한 산업 분야에 새로운 발전과 변화를 불러올 것이란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2023년 호주 정부는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며 디지털 플랫폼사들의 사회적 책임을 법제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러한 움직임은 사회적으로 큰 지지를 받고 있지만, 동시에 뉴스 콘텐츠의 다양성, 언론 자유 등과 같은 중요한 이슈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우려도 커지고 있다. 따라서 2024년 호주 미디어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과 함께, 뉴스 콘텐츠의 질과 다양성을 보장하면서 디지털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호주 미디어 산업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1) 호주 원주민을 호주 최초의 국민으로 인정하고 이들을 대변할 헌법 기구 보이스(Voice)를 설립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 찬반 투표로 2023년 10월 14일 치러졌으며, 투표 결과 국민 60% 이상 반대로 부결됐다.
3) 여성 응답자 중 40%, 남성 응답자 중 60%가 뉴스에 관심 있다고 응답했으며, 여성 응답자 중 39%, 남성 응답자 중 57%가 하루 한 번 이상 뉴스를 접한다고 응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