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의 AI 활용은 해외에서나 이뤄지는 듯하지만 사실 국내 언론계도 다양한 방식으로 AI를 도입하고 있다. 국내외 언론의 AI 활용 사례를 살펴보고 인공지능 시대 레거시 미디어의 미래를 전망해 본다. 편집자 주
“AI타임스는 인공지능으로 기사를 쓰나요?”
첫 만남에 명함을 교환하면 으레 듣는 질문이다. AI타임스라는 이름을 들으면 AI 휴머노이드가 키보드를 두드려 기사를 작성하는 이미지를 떠올리는 모양이다. 그런 질문에는 머쓱하게 웃으며 해명 아닌 해명을 하곤 한다.
“AI에 ‘대해서’ 기사를 쓰지요. AI‘로’ 기사를 쓰진 않는답니다.”
사실 나 또한 입사 면접에서 같은 질문을 했다. 그때 국장님은 딱 잘라 “AI로 기사를 쓸 수 없다”라고 말씀하셨다. 기자는 사람들을 만나 취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글을 잘 쓰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정보를 찾기 위해서는 현장과 대면 취재를 해야 한다고도 강조하셨다.
그 답변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은연중에 기자가 AI로 대체될 수도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AI는 현장을 부지런히 다닐 수도 없고, 사람들을 만날 수 없다. 공개할 수 없는 속사정을 듣거나, 말 뒤에 숨겨진 의미를 눈치챌 수도 없다. 현장에 흐르는 미묘한 분위기나 표정과 몸짓으로 드러나는 비언어적 정보를 수집할 수도 없다.
비록 기자의 역할을 대체하는 AI는 요원하더라도, AI를 활용하면 더 효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다. AI타임스에서도 기획 기사와 영상 제작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생성형 AI 서비스 기업들과 협업을 통해, 대중이 흥미롭게 소비할 수 있는 AI 생성 콘텐츠를 보여주기 위함이다.
실제 업무에서 AI를 활용할 때는 음성 인식 솔루션으로 인터뷰를 텍스트로 변환해 기사 작성에 도움을 받기도 한다. 네이버의 클로바노트로 AI 요약을 하면서 인터뷰 현장에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복기할 수 있다. 외국어로 진행되는 콘퍼런스나 웨비나, 강연 등에서 실시간 AI 통역 솔루션을 적용해 언어 장벽을 극복하기도 한다. 외신 기사나 논문을 읽는 데는 AI 번역툴 딥엘(DeepL), 영상 요약에는 릴리스(Lilys) AI를 활용하고 있다. 데이터 스크래핑으로 방대한 양의 문서와 자료를 분석하거나 데이터 시각화에 AI를 활용할 수도 있다.
다양한 방식으로 AI 활용에 나선 국내 언론사들
국내 언론사들도 자체 AI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조선미디어그룹은 기사 작성에 AI를 도입하고 있다. 조선일보의 기사 5만 건을 학습시켜 만든 AI 어시스턴트로 보도자료를 기사화하고 있다. 기사 말미에 “조선일보와 미디어DX가 공동 개발한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기사입니다”라고 명시한다. 관련 기사는 온라인 뉴스에 한정하고 수습기자와 저연차 기자의 사용을 제한하기도 했다.
한국일보와 영남일보도 AI를 통해 기사 작성의 효율성을 높이려 시도했다. 한국일보는 생성형 AI 프로그램 하이(H.AI)를 자체 개발했다. 기사 제목 추천, 키워드 자동 추출, 이미지 생성 등의 기능을 제공하면서 기사 작성에 도움을 주고 있다. 영남일보는 AI 이미지 생성 솔루션을 개발, 텍스트 기반의 시각화를 통해 독자들에게 기사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제공하기도 했다.
이와 달리, 동아일보는 자사 콘텐츠 데이터를 활용해 독자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챗봇을 도입했다.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빅스터가 공동으로 애스크비즈(AskBiz)를 개발해 내부 베타테스트 중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 기사와 박영사의 경영학, 경제학 교재 11종을 바탕으로 동아일보만의 자체 소형언어모델(sLLM)을 개발한 것이 특징이다. 최근 독자들이 긴 텍스트를 선호하지 않기에 챗봇과 대화하며 요약된 답을 받고 출처가 된 기사에 접근할 수 있게 했다. 동아일보는 2023년 3월 AI가 사이트에 방문한 독자에게 맞춤형 기사를 추천해주는 ‘AI 추천기사 for you’ 서비스를 도입하기도 했다. 국내 언론사 중에는 자체 AI 기술 개발에 가장 적극적이다.
AI 번역을 활용해 해외 독자들의 유입을 늘린 사례도 있다. 매일경제신문은 AI 번역기인 네이버 파파고와 협력해 ‘매경 다국어 서비스’를 도입했다. 온라인에 게재된 모든 기사가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으로 실시간 번역된다. 다만, 제목에는 다국어 번역을 적용하지 않고 기사 첫 번째 문장을 제목으로 대체하고 있다. 제목에서 많이 쓰는 고유명사나 축약어를 매끄럽게 번역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동 번역된 기사 본문 중 번역 오류에 대한 문의가 있으면 파파고에 수정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다.
댓글 분석과 기사 작성에 AI 활용하는 해외 언론들
해외 언론사들은 AI를 맞춤형 기사 추천, 댓글 분석, 기사 작성에 활용하고 있다. AI로 기사 작성을 자동화하는 ‘로봇 저널리즘’ 사례도 눈에 띈다. 독일 언론사 도이체벨레(DW, Deutsche Welle)는 AI로 뉴스 기사 초안을 작성하고 독자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해, 생산성과 독자 참여도를 모두 향상시켰다. 영국의 가디언은 ‘오판(Ophan)’ 프로그램을 통해 독자 맞춤형 뉴스 콘텐츠를 추천한다. 해당 프로그램은 체류 시간, 재방문율, 기사 완독률 등의 데이터로 독자 행동을 실시간 분석한다. 이와 유사하게 노르웨이의 쉽스테드(Schibsted)는 독자의 성별을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광고와 개인화 콘텐츠에 활용한다.
워싱턴포스트는 ‘모드봇(ModBot)’이라는 댓글 분석 소프트웨어를 도입해 AI로 댓글을 자동 필터링하고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정책에 따라 댓글을 신고, 승인 또는 삭제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영국의 미디어그룹인 리치(Reach)는 AI 프로그램 ‘구텐(Guten)’을 기사 수집과 재작성, 제목 생성 등에 활용한다. 출시 후 작성한 약 14만 개의 기사는 총 10억 조회수를 기록했다. 또 다른 AI 프로그램 맨티스(Mantis)는 교통정보나 스포츠 경기 결과 등 단순 데이터를 기사로 실시간 변환해 준다. 이 같은 방식은 기상예보와 주식정보 기사에도 적용할 수 있다.
AP통신은 ‘워드스미스(Wordsmith)’ AI 플랫폼을 사용하여 매 분기 3,700건 이상의 기업 실적 뉴스를 자동 생성하고 있다. 이외에도 워싱턴포스트의 ‘헬리오그래프(Heliograf)’는 특정 이벤트에 대한 기사를 자동으로 작성해 주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크웨이크봇(QuakeBot)’을 이용해 지진 발생 시 자동으로 뉴스를 보도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언론사 vs 검색 AI: 변화하는 뉴스 소비 방식
AI는 언론사의 기사 생산·취재 방식보다 기사를 소비하는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특히 AI 검색을 통해서는 특정 이슈에 대해 AI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수집·요약해 제공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AI 검색 서비스는 퍼플렉시티(Perplexity)다. 사용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대화형 검색과 출처 제공으로 신뢰성을 높였다. 지난 11월 18일부터 미국 내 유료 이용자를 대상으로 쇼핑 검색 기능도 시작했다. 쇼피파이(Shopify)와 같은 미국의 이커머스 플랫폼과 연동되며 사용자가 원하는 상품을 검색어와 이미지로 찾을 수 있다. 구글은 2024년 5월 AI 검색엔진 ‘AI오버뷰’를 출시하고 100개국 서비스 확대를 예고했다. 지난 10월 31일 공개된 ‘챗GPT 서치’에 주요 이슈를 검색하면 섹션별로 주요 뉴스를 추려 요약을 제공하기도 한다. 언론사뿐만 아니라 블로그, 커뮤니티 등 다양한 정보 출처를 제공한다.
AI 검색엔진을 통해 독자들은 자연어로 대화를 나누며 이슈에 대한 심층적인 자료를 분석할 수 있고, AI가 여러 언론사의 기사를 종합해 내놓은 중립적인 정보를 읽어볼 수도 있다. 기사는 AI에 정보를제공하는 중요한 데이터 소스가 된다. 이에 해외 언론사들은 AI 서비스 기업들과 저작권으로 소송전을 벌이거나 파트너십을 맺는 등 크게 두 가지 경향을 보여준다.
뉴욕포스트의 모회사인 뉴스코프는 AI 검색엔진 스타트업 퍼플렉시티를 저작권 침해 혐의로 고소했다. 퍼플렉시티가 월스트리트저널과 뉴욕포스트의 기사를 무단 도용했다며 소장에서 “저작권 소유자로부터 고객과 중요한 수익원을 빼앗아간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뉴스코프는 오픈AI와 콘텐츠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오픈AI가 AI 학습과 서비스에 필요한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10월 기준 미디어 및 출판사 13곳과 관련 계약을 맺은 것이다. 언론사들은 검색 AI와 독자들을 두고 경쟁하는 구도가 됐다. 국내에서도 여러 AI 검색 서비스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단 24(DAN 24)’ 콘퍼런스에서 내년 모바일 AI 검색 서비스를 출시하고, 지도와 블로그 등 기존 콘텐츠와 서비스에 AI 기술을 접목하겠다고 밝혔다. 김일두 전 카카오브레인 대표가 창업한 스타트업 오픈리서치도 AI 검색 서비스를 출시한다며 100억 원대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이 밖에도 많은 기업이 AI 검색 서비스 출시를 예고한 바 있다. 국내 언론사도 검색 AI와 경쟁할지 협조할지 결정해야 할 순간이다.
독자들의 정보 접근성과 효율성은 크게 향상될 수 있다. 여러 언론사의 기사를 참고하며 흩어진 정보를 종합하기 위한 수고를 덜 수 있는 것이다. AI는 과거 문서나 기사의 맥락을 추적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 심층적인 답변과 정보의 출처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물론, AI가 자동으로 정보를 생성하거나 요약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정보를 생성하는 ‘환각(hallucination)’이나 편향된 정보를 제공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정보 검색의 효율성은 높아질지언정, 정보가 진실인지 판단하기는 어려워질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언론사들은 조회수 감소와 광고 수익의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독자들이 개별기사를 읽기보다 AI가 제공하는 요약 정보나 맞춤형 뉴스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점점 쉽고 빠르게 관심 있는 정보를 습득하길 원한다. 이에 발맞춰 언론사는 독자의 행동 데이터와 선호를 반영한 맞춤형 뉴스 제공이나 기사를 활용한 숏폼 및 비주얼 콘텐츠 재생성에 AI를 적용할 수 있다.

많은 미디어가 저널리즘의 본질적 가치를 놓치지 않고 AI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기사의 ‘프리미엄화’와 독자 ‘커뮤니티’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AI로 기사를 자동화하는 만큼, 기자들은 더욱 양질의 전문성 있는 기사로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 이를 통해 언론사의 브랜드를 내세우거나, 기자의 시각을 더 전면에 내세울 수도 있다. 독자들과 언론사가 좀 더 긴밀한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강화함으로써 니치한 독자층의 충성도를 높이는 전략을 쓸 수 있다. 독자들에게 다양한 콘텐츠 종류나 가격대의 구독 모델을 제공하는 등 여러 가지 수익구조를 고민해볼 수 있다. 결국 다시 기사와 독자에게 집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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