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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23-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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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도래한 기후 비상사태 저널리스트적 기후 솔루션 제안해야

  • 저자 : 앤드류 맥코믹
  • 발행일 : 2023-02-03

최근 세계 언론계에 기후변화 보도의 새로운 움직임이 일고 있다. 글로벌 비영리 언론 단체 ‘커버링클라이밋나우’는 이러한 변화의 한 축을 담당하는 대표적인 단체다. 이 단체의 전문가로부터 기후 위기의 심각성과 이를 다루는 언론의 자세, 책무를 확인해본다. 편집자 주

 

2020년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했을 당시 언론사들은 새로운 환경에 맞춰 빠른 변화를 이뤄냈다. 일부는 실질적으로 다른 선택이 없어 택한 변화였다. 사회적 거리를 둔 인터뷰가 규범이 됐고 신문과 잡지를 비대면으로 제작하기 위한 환경을 새로 갖췄다. 독자들이 팬데믹의 범위와 중대성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본질적이고 혁신적인 변화도 발생했다. 각종 홈페이지에 감염 현황을 나타내는 모듈이 추가됐고, 정확한 코로나19 바이러스 관련 정보를 널리 전파하고자 오랜 유료화의 벽을 허물고 개방한 언론사도 있었다. 보도국 상당수가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킬만한 새로운 그래픽과 형식을 도입하는 시도를 했다. 일례로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10만 명에 육박했던 2020년 5월 뉴욕타임스는 신문 1면을 사망자의 이름으로만 채워 ‘헤아릴 수 없는 죽음’을 애도했다.


기후변화 보도의 새로운 움직임


코로나19 팬데믹은 대단히 충격적인 사건이었지만 안타깝게도 기후 위기로 인해 발생할 혼란의 맛보기일 뿐이다. 그런데도 여태껏 언론계는 기후변화에 활발히 대응하지 않았다. 언론사들은 수년간 기후 위기를 지엽적인 우려 사항 정도로 치부했다. 언론은 ‘객관성’을 위한다며, 화석연료 업계와 그 옹호자들의 허위 주장을 기정 과학계의 주장과 논쟁 붙이는 방식으로 기후 위기를 부정했다. 기후 위기가 심화됐지만 세계 지도자들은 행동을 취하지 않았고, 언론사들은 독자들이 기후변화에 관심이 없다는 지나간 얘기로 그들의 무대응을 변호했다.

 

다행히 이런 모습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에서 기후변화를 보도하려는 새로운 움직임이 있었다. 언론사는 기후 전문 기자들을 채용하고 다양한 기후 데스크와 기후 프로그램 등을 선보였다.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Columbia Journalism Review)와 더네이션(The Nation)이 미국에 공동으로 설립한 글로벌 비영리 언론단체인 커버링클라이밋나우(Covering Climate Now)는 자랑스럽게도 이러한 발전에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커버링클라이밋나우는 2019년부터 위기에 처한 지구를 살리기 위해 더 강력한 기후 보도가 필요하다는 믿음을 단체의 미션으로 삼았다. 로이터, 블룸버그, 알자지라 등 유명 언론사를 포함한 50여 개국의 파트너 단체들과 함께 기후변화 보도 우수 관행을 수집하고 전파했다. 다양한 언론 자원을 제공하며 언론인들이 좋은 예시를 보고 배울 수 있도록 훌륭한 기사와 보도를 수집한다. 물론 더 많은 수고가 필요하다. 2022년 기후변화로 인해 연속적으로 발생한 재해들은 양질의 기후변화 보도가 시급하다는 사실을 오히려 더 보여줬다.

 

유럽의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Copernicus Climate Change Service)에 따르면 작년은 역대 기록 이래 다섯 번째로 더운 해였고 가장 더웠던 열 해 중 여덟 해는 지난 십 년 동안에 발생했다. 바다도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워져서 더 강한 허리케인과 태풍의 기반이 됐으며 북극과 남극의 해빙(海氷, 바닷물이 얼어서 생긴 얼음)은 사상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2022년 내내 괴물 같은 폭염이 유럽과 인도, 중국을

덮쳤고 동아프리카에서는 가뭄이 장기화해 치명적인 식량·물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파키스탄은 유례 없는 홍수로 인해 국가 3분의 1이 물에 잠겼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기후 관련 재해가 심해지고 있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고 재해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부정할 수 없다. 유엔은 이상기후로 인해 살던 지역을 떠나야만 하는 사람이 연평균 2,510만 명인 것으로 추산했다. 유엔 전문가의 말을 빌리자면

2021년에는 5,910만 명이 거주지를 떠나는 ‘거스를 수 없는 물결’이 있었다.

 

기후 위기 시대 언론의 역할 

 

세계 지도자들은 드디어 상황을 깨닫기 시작한 것 같다. 작년에는 재해를 넘어 많은 진취적인 발전이 있었다. 일례로 전 세계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국가인 미국이 대규모 기후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2022년 11월 이집트에서 열린 COP27 기후회의의 결과는 기후변화로 인한 저소득 국가들의 피해를 보상하자는 중대한 결정을 제외하고는 실망스러웠다. 선진국의 행동보다 말의 화려함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Anto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은 총회를 마무리하며 “전 세계는 여전히 기후변화에 대한 큰 도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류의 발전에는 언론인들만의 필수불가결한 역할이 있다. 우선 세계 지도자들이 고매한 기후 서약을 지키도록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부만이 아닌 온실가스 고배출 기업도 해당한다. 또한, 배출량을 절감하지 못할 때 인류가 직면할 위험뿐 아니라 기후 솔루션이 주는 희망과 약속을 독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이러한 과업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코로나19 때와 마찬가지로 언론계가 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언론 기관의 급진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후변화 보도는 그 심각성에 비해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옥스퍼드대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2022년 12월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여덟 국가의 뉴스 소비자 중 절반가량이 지난 한 주간 기후변화 뉴스를 보거나 듣지 못했다고 답했다. 더 오랫동안 기후변화 보도가 없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더 나은 기후변화 보도란 단순히 더 많은 보도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기후변화를 제대로 다루기 위해서는 원대한 아이디어와 새로운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몇몇 언론사는 훌륭한 선례를 만들고 있다. 커버링클라이밋나우의 주요 뉴스 파트너사인 영국의 가디언은 작년 가디언만의 기후 서약을 발표했다. 가디언은 기후 서약을 지킬 것을 발표함과 동시에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3분의 1 수준으로 감축할 것이며, 화석연료 기업과는 사업적·재정적으로 협력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가디언은 이미 2020년부터 화석연료 기업의 광고를 싣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 산하 블룸버그그린(Bloomberg Green)은 마치 경제부 보도에서 시장 통계를 분석하는 것과 같이 분 단위로 업데이트되는 정교한 데이터 대시보드를 통해 기후변화 관련 사실 및 수치를 게시해 기후변화 현황을 전달하고 있다. 나아가, 일본의 최대 신문사·방송국 등 언론 기관 십여 곳은 작년 “1.5도의 약속: 지구온난화가 멈추도록 지금 당장 행동하세요”라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1.5도의 약속은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상 기온이 상승하지 않도록 하는 전 세계적인 목표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여러 기관과 국민이 각자의 역할을 하도록 권장하기 위한 공동의 캠페인이다.


기후변화는 모든 부서의 이야기

 

언론인들이 사용하는 언어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2019년 가디언은 “전 세계가 직면한 환경 위기를 더 정확하게 설명하는 용어를 소개”하기 위해 스타일 가이드1)를 개정했다. 특히 덜 시급하게 들리는 ‘기후변화’보다 ‘기후 위기’나 ‘기후 비상’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것을 권장했다.

 

캐서린 바이너(Katharine Viner) 가디언 편집장은 기후변화라는 말은 과학자들이 인류에게 닥친 재앙을 칭할 때 사용된 표현인데, 어감이 온화하고 수동적으로 들린다고 말했다.

 

전 세계 과학자 수천 명은 실제로 국제학술지 등에서 인류가 기후 비상에 직면해 있고 이는 심지어 그동안의 예측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라 커버링클라이밋나우는 2021년 주요 파트너사 일부와 공동 성명을 발표해 전 세계의 언론사가 가디언의 뒤를 따라 “기후 비상은 이미 도래했다”는 사실을 인식할 것을 촉구했다. 이때 사용한 ‘비상’이라는 단어는 즉각적인 행동이 필요하며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정확히 표현한다. 그 후 여러 보도국이 커버링클라이밋나우의 성명에 동참했다. 더 강한 표현이 독자들에게 더 잘 어필된다는 근거가 있다. 예를 들어 유엔개발계획(UNDP)이 최근 50여 개국에서 120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중 3분의 2는 기후변화를 ‘세계적인 비상사태’로 여겼다.

 

언론인들은 기후 위기의 극복 가능성이 없다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 기후 위협을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만큼 이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해결책은 지금 존재한다는 사실을 언론이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다. 청정에너지, 식물 원료로 만든 단백질, 전기자동차, 에너지 효율 건축물 등 기후 이야기는 희망의 근원으로 가득하다. 또한, 우리 일상에 적용할 수 있는 솔루션들 역시 중요하다. 각자의 집과 지역사회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방법을 강조하고, 추상적이라고 생각될 수 있는 이야기의 한 부분을 독자들이 담당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물론 정부나 산업차원에서처럼 더 넓은 범위의 변화를 통한 솔루션을 도입할 수도 있다. 정책 제안, 규제, 첨단기술 등을 보도하여 지도자적 책임감의 기준을 세울 수 있다.

 

결정적으로 기후변화 해결책 보도는 특별히 한 가지 방법만을 촉구하는 것이 아니다. 기후 위기의 중대성을 생각해봤을 때 기후변화 해결책들은 다른 보도 분야와 마찬가지로 저널리스트적 의심과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 언론인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야 한다. 각 솔루션으로 이루려는 바가 무엇인가? 약속했던 결과를 내는가? 가장 중요하게는 기후과학의 절박한 요구를 충족하는가?

 

기후 솔루션은 향후 우리 삶의 방식과 사회의 기능을 크게 바꿀 것이다. 저소득 국가가 기후 위기로 인해 가장 먼저,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수년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큰 변화로 누가 수혜를 입는지는 기후변화를 보도하는 데 또 하나의 핵심적인 전개 방향이다. 인류가 기후변화를 마주하면서 현재의 불평등을 해소할 것인가? 혹은 이미 부와 권력을 쟁취한 자들만 안전과 번영을 누릴 것인가?

 

이런 내용을 제대로 보도하려면 보도국의 모든 기자를 동원해야 할 것이다. 기후 이야기는 기후 전문 언론인이나 과학부서에서만 다루기에는 너무 방대하다. 기후변화는 정치부, 경제부, 건강과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고 연합한다. 커버링클라이밋나우에서 흔히 들을 수 있듯이 기후변화는 모든 부서의 이야기다. 따라서 모든 편집장과 경영진으로부터 상의하달식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다.

 

지금은 실로 기후 이야기를 전하기에 흥미로운 시대다.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진전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성공은 아직 보장되지 않았다. 만일 모든 보도국이 기후변화를 최선을 다해 보도하기로 약속한다면 너무 늦기 전에 과거의 실패를 극복하고 마침내 독자와 시청자들이 현재의 위험과 기회를 인식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다.

 

 

 

 

 

필자 소개

앤드류 맥코믹(Andrew McCormick)은 커버링클라이밋나우(Covering Climate Now)의 부국장이다. 

뉴욕타임스, 가디언,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 더네이션 등에 기고한 바 있다.

* 해당 기사는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에 동 내용으로 게재되었습니다.

 

 

 

 

1) https://www.theguardian.com/guardian-observer-style-guide-c

 

 

 

 

참고: https://www.cjr.org/covering_climate_now/2023-climate-story-urgent-korea-press-foundation.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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