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띄기
상단메뉴 바로가기 사이드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등록일2023-07-05

지속가능성의 핵심은 ‘독자 중심’과 ‘적정 성장 속도’

  • 저자 : 이성규
  • 발행일 : 2023-07-05

바이스미디어, 버즈피드 등 온라인 뉴스 매체의 추락으로 디지털 네이티브 언론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점치긴 이르다. 특히 바이스미디어의 파산 신청 이면에는 사모펀드라는 올가미가 자리잡고 있다. 바이스미디어의 사례를 통해 디지털 뉴스의 지속가능성을 전망해 본다. 편집자 주

 

“미디어 및 기술 분야의 다른 많은 성장 기업과 마찬가지로 바이스도 지난 몇 년 동안 현금 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그 결과 바이스는 외부 자금에 의존하고, 부채와 자기자본을 모두 조달해 빠른 성장을 도모하고 비즈니스의 특정 부문 비용을 충당했습니다. 이러한 자금 조달 노력은 바이스의 성장에 도움이 됐지만 궁극적으로 회사는 높은 차입금과 비정상적으로 복잡한 자본 구조로 인해 부담을 겪게 됐습니다.”

(바이스미디어 파산신청서 중 일부) 

 

바이스미디어(Vice Media)의 추락 원인을 규명하는 데 있어 그들의 파산신청서1)는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파산에 이르게 된 원인을 세세하게 들여다보지 않으면, 자칫 바이스미디어의 몰락을 곧 디지털 미디어의 미래로 단정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어서다. 파산관재인이 바이스미디어가 지금에 이르게 된 배경과 원인을 기술하면서 ‘비정상적으로 복잡한 자본 구조’를 언급한 대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4억 5,000만 달러(약 5,800억 원) 이상을 투자한 사모펀드 TPG(텍사스퍼시픽그룹)의 투자 조건2)을 이해하지 않으면 바이스미디어 추락의 뿌리를 전혀 다른 곳에서 찾을 수도 있다.

 

세계적인 사모펀드 TPG가 바이스에 4억 5,000만 달러를 투자한 건 6년 전인 2017년 6월이다.3) 스포티파이, 에어비앤비의 투자자이기도 했던 TPG는 57억 달러(약 7조 3,500억 원)라는 어마어마한 기업 가치를 바이스에 선사하며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57억 달러는 당시 뉴욕타임스의 시가총액과 비교해 2배 이상, 워싱턴포스트 매각가의 22배에 달하는 규모였다. ‘정말’, ‘과연’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녔지만, 바이스미디어 창업자 셰인 스미스(Shane Smith)는 특유의 허세 섞인 말투로 “사모펀드로부터 투자받는 것이 바이스미디어가 IPO를 향한 다음 단계를 밟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짜는 없었다. 노련하고 영리한 사모펀드인 TPG는 57억 달러라는 ‘거대한 몸집’으로 키워준 대가로 후순위 채무로 12%에 달하는 배당금 그리고 추가 주식 배정까지 못박았다. 상황 변화에 따라 바이스미디어 그룹을 통째로 넘겨받을 수 있는 조건이었다. 

 


 

 

TPG의 투자는 바이스미디어를 얽어매는 올가미로 돌아왔다. 바이스미디어가 유동성 위기에 빠지자 곧바로 이사회를 장악하고 선행 투자자들과 대립하기 시작했다. 그리곤 오로지 매각에만 열중하며 임원진을 압박했다. 초기 투자자였던 폭스의 제임스 머독(James Murdoch)은 “TPG가 바이스를 망가뜨린 장본인”이라며 잔뜩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디즈니는 바이스미디어 투자금을 장부에서 지우는 결단을 내릴 정도였다. 흑자 전환을 위한 바이스미디어 임원들의 비즈니스 전략 따위는 묻힐 수밖에 없었다. 오로지 해고를 통해 적자 폭을 줄여 매각에 속도를 붙이는 것, 그 외 다른 선택지는 고려되지 않았다. 그러다 운영 자금 부족 문제가 다시 깊어졌고 또 다른 펀드사인 포트리스(Fortress) 등으로부터 2억 5,000만 달러(약 3,200억 원)에 달하는 부채를 조달해야만 했다.7) 누적 8억 달러(약 1조 300억 원)가 넘는 부채 규모가 쌓여간 시점이었다. 이렇게 사모펀드의 ‘자금 회수’ 함정에 빠져든 바이스미디어는 스멀스멀 망가져 갔다.

 

바이스미디어의 추락은 디지털 미디어의 미래나 지속가능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사모펀드 자금을 통한 고속 성장과 몸값 부풀리기, 이를 통한 상장 시점의 단축으로 이뤄진 모델이 무너진 것으로 진단하는 것이 옳다. 즉, 디지털 뉴스 미디어와 사모펀드를 통한 자금 조달 모델이 왜 어우러지기 어려운가를 입증한 사례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물론 바이스미디어가 바이스랜드를 통해 쇠락해 가는 케이블TV에 진출한 것도 한몫했다. 이는 셰인 스미스를 비롯한 경영진의 안이한 확장 전략에서 기인한 것이다. 그렇다고 바이스미디어가 스타트업으로서 일궈낸 수많은 저널리즘의 성과 그리고 파격적 행보가 폄훼될 일은 아니다. 그저 허세를 좋아했던 창업자와 사모펀드의 ‘잘못된 만남’이 지금의 꼴을 만들어낸 핵심 원인이다. 

 

버즈피드 뉴스의 폐간 역시 넓게 보면 바이스와 같은 맥락에 존재한다. 뉴스 부문에 대한 오랜 투자로 누적된 연간 1,000만 달러(약 129억 원) 이상의 적자를 버즈피드의 대주주들은 용인하지 않았다.8) 결국 조나 페레티(Jonah Peretti) CEO는 이들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버즈피드 뉴스의 문을 닫게 됐다. 초기 창업자의 열정과 선호, 꿈만으로 투자자들을 설득하기엔 버거웠던 것이다. 버즈피드는 뉴스 부문 폐쇄 이후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전환을 시도하면서 뉴스의 흔적을 지우려고 노력 중이다.


디지털 뉴스의 암울한 미래?

 

바이스미디어의 파산, 버즈피드 뉴스의 폐쇄는 한 시대의 황혼을 상징하는 중대한 사건임에 틀림없다. 2010년대 미디어 스타트업 투자 붐에 올라타 뉴스 미디어의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했던 대표적인 미디어 스타트업이었기에 그렇다. 심지어 버즈피드 뉴스는 퓰리처상 수상이라는 위대한 업적까지 달성하면서 저널리즘과 기술 그리고 비즈니스의 삼위일체를 실현한 몇 안 되는 디지털 네이티브 미디어였다. 하지만 그들의 몰락은 순식간이었고 모든 절망의 빚이 그들에게 덧씌워지는 중이다. 디지털 뉴스 미디어에서 더 이상 희망의 징표를 찾을 수 없다는 논의로 귀결되고도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제기할 수 있다. 뉴스레터의 붐을 일으키며 매각에 성공한 액시오스(Axios)는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비록 바이스나 버즈피드의 규모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꾸준하게 승승장구하고 있는 뉴스 스타트업 퍽뉴스(Pucknews)나 디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은 디지털 뉴스의 미래 표본에서 배제해야 할까? 사모펀드 투자의 거품이 걷힌 자리에서 빠른 성장 속도는 아니더라도 디지털 뉴스 미디어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는 사례로 이들을 재조명해야 할 시점에 와있다.

 

사실 액시오스는 벤처캐피털(VC)을 통해 초기 자금을 조달했다는 점에서 바이스미디어, 버즈피드와 다르진 않다. 하지만 액시오스는 소셜 플랫폼이 아닌 독자와의 직접 접점 구축을 앞세웠고 몸값 부풀리기가 아닌 자체 수익 창출에 집중함으로써 3년 만에 흑자를 이뤄냈다.9) VC로부터 펀딩을 받았지만 자신의 본질 가치 확장에 집중했다는 측면에서 바이스미디어의 대조군에 해당한다. 결과적으로 공동창업자 짐 밴더하이(Jim Vandehei)는 지난 2023년 1월 회사를 5억 2,500만 달러(약 6,800억 원)에 성공적으로 매각했다. 매각 이후에도 회사를 떠나지 않고 액시오스의 기풍과 스타일을 유지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그는 최근 한 세미나에 참석해 디지털 뉴스 스타트업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명쾌하게 조언한 적이 있다. 그가 제시한 해야 할 것들을 나열하면 아래와 같다. 

 

△즉시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에 대한 확고하고 현실적인 계획이 없으면 실패하게 될 것이다. △편집과 수익, 기술과 마케팅 전략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 네 가지 모두가 동시에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슈퍼스타 인재는 찾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최고의 인재를 소중히 여기고, 믿고 내버려 두는 것이 좋다. △(기업)문화가 비밀양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하지 말아야 할 것 중 하나로 “돈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가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마치 바이스미디어와 버즈피드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비치기까지 했다. 

 

제시카 레신(Jessica Lessin)의 디인포메이션도 또 다른 대조군에 속한다. 2013년 창간된 테크 전문 유료 디지털 미디어인 디인포메이션은 VC로부터 한 번의 투자도 받지 않고 건강한 성장을 일궈낸 디지털 뉴스 미디어다. 약 4.5만 명의 유료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디인포메이션은 창업 초기부터 고가의 구독료를 고집하며 재무적 안정성을 좇았다. 

 

제시카 레신은 2021년 니먼랩과의 인터뷰10)에서 “누구나 빠른 성장을 원한다. 하지만 올바른 성장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라고 되물으며 건강한 장기 성장 전략에 주력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비록 40명 내외의 직원을 보유한 소규모 디지털 뉴스 미디어긴 하지만 아시아 지국을 포함해 2~3개의 버티컬 미디어를 론칭시킬 만큼 탄탄한 기반을 갖춰가고 있다. 

 

액시오스와 디인포메이션, 두 디지털 미디어의 공통점을 찾는다면 명확한 타깃 수용자군의 확보와 적정 성장 속도의 관리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전략은 실제 수익과 기업 가치 간의 괴리를 넓히지 않으면서 흑자 전환을 당기는 데 기여했다. 액시오스와 디인포메이션 모두 창간 3년 만에 건강한 현금 흐름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11) 사모펀드의 압력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미디어 산업이 지닌 고유의 특성과 속도에 맞춰간 리더십이 성공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분석할 수 있다.


뉴스 산업의 본질과 적정 성장 속도

 

디지털 미디어든 레거시 미디어든 지속가능성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독자에 집중하고 그들에게 가치 있는 미디어로 인식될 때 지속가능성은 자연스럽게 뒤따르게 된다. 다만 틈새 분야 전문성이 요구되는 버티컬 미디어가 독자들의 더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는 점이 과거와 달라졌을 뿐이다. 

 

추가로 유념해야 할 공식이 있다. 뉴스 산업, 넓게는 미디어 비즈니스에는 기술 영역과 다른 고유의 성장 속도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저널리즘이라는 규범적 가치를 내장해야 하기에 기술 분야와는 본질적으로 성장 속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바이스미디어와 버즈피드는 과속 성장을 갈망하다 의사결정의 주도권을 사모펀드에게 내준 사례다. 그 속도에 맞춰가기 위해 소셜미디어와 광고 모델에 과도하게 의존했고 쓴맛을 봐야만 했다. 사모펀드와 저널리즘 행위자의 성장 속도에 대한 동상이몽은 두 사례를 통해 명백히 확인됐다. 당분간 디지털 뉴스 미디어에 대규모의 사모펀드 자금이 몰려올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러한 시점이 건실한 디지털 뉴스 미디어의 탄생을 꿈꿔 볼 적기다. 

 

파산 보호 신청 후 바이스미디어는 새 주인을 찾는 데 성공했다. 바이스미디어의 채권자 중 한 곳인 사모펀드 포트리스다.12) 포트리스는 기존 채권 2억 2,500만 달러에 웃돈을 얹어 3억 5,000만 달러(약 4,600억 원)에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절차가 마무리되면 바이스미디어는 재기를 모색할 기회를 얻게 된다. 지금의 바이스미디어를 ‘몰락’으로 단정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안이한 경영, 몸값 부풀리기를 위한 자금 조달 경쟁, 사모펀드의 과도한 욕심이 걷힌 자리에서 디지털 뉴스 미디어의 미래가 새롭게 싹틀 여지는 여전히 존재한다. 

 

 

 

 

 

1) https://cases.stretto.com/public/X234/12125/PLEADINGS/1212505152380000000101.pdf

2) Nicolaou, A. & Indap, S., <The fall of Vice: private equity’s illfatedbet on media’s future>, Financial Times, 2023.5.24, https://www-ft-com.ezp.lib.cam.ac.uk/content/b8010767-8fe8-4ec0-aa40-676440b90f8d

3) Castillo, M., <Vice just scored $450 million to make the ‘largest millennial video library in the world’>, Cnbc, 2017.6.19, https://www.cnbc.com/2017/06/19/vice-raises-450-million-from-tpg.html

4) Shontell, A., <Last month Vice's CEO said his company would generate nearly $1 billion in 2015 — but it will only collect half that amount>, Insider, 2015.11.4, https://www.businessinsider.com/vice-2015-revenue-2015-11

5) Mullin, B., <Vice Media Targets Valuation of Nearly $3 Billion in Proposed SPAC Deal>, The Wall Street Journal, 2021.5.10, https://www.wsj.com/articles/vice-media-targets-valuation-ofnearly-3-billion-in-proposed-spac-deal-11620644403

6) Maher, B., <Vice Media: From Murdoch money to bankruptcy in a decade>, Press Gazette, 2023.5.15, https://pressgazette.co.uk/media_business/why-did-vice-go-bankrupt/

7) Rizzo, L., <Vice Media Raises $250 Million in Debt From Group of Investors Including George Soros>, The Wall Street Journal, 2019.5.3, https://www.wsj.com/articles/vice-media-raises250-million-in-debt-from-group-of-investors-including-georgesoros-1556924130

8) Sherman, A., <BuzzFeed investors have pushed CEO Jonah Peretti to shut down entire newsroom, sources say>, CNBC, 2022.3.22, https://www.cnbc.com/2022/03/22/buzzfeedinvestors-have-pushed-ceo-jonah-peretti-to-shut-downnewsroom.html

9) Alpert, L. I., <Axios Is Growing and Profitable Despite Bleak News Landscape>, The Wall Street Journal, 2020.9.20, https://www.wsj.com/articles/digital-news-startup-axios-weatherscovid-with-sponsored-newsletters-11601463601

10) Scire, S., <The Information’s Jessica Lessin built a newsroom she wanted to work in — and coaches other journalists-urnedfounders on doing the same>, Nieman Lab, 2021.2.4, https://www.niemanlab.org/2021/02/the-informations-jessica-lessin-built-anewsroom-she-wanted-to-work-in-and-coaches-other-journaliststurned-founders-on-doing-the-same/

11) Marr M., <Inside (The) Information>, Columbia Journalism Review, 2016.11.30, https://www.cjr.org/the_profile/information_lessin_

silicon_valley_digital.php

12) https://www.nytimes.com/2023/06/22/business/fortress-vicebankruptcy.html

다음
미디어 바우처를 통한 언론 후원 제도
이전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3 한국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대하여 어느정도 만족하셨습니까?

관리자의 답변이 필요한 의견은 고객의 소리 게시판을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설문조사 입력

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대로 124,대표:김효재, 사업자등록번호 : 104-82-11163,대표전화번호 : 02-2001-7114

Copyright ⓒ 2020 KOREA PRESS FOUND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