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콜 포비아’는 전화와 공포증의 합성어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젊은 세대는 전화 통화를 두려워하고 문자로 소통하는 것을 선호할까. 전화 통화와 관련된 세대 간 차이를 두 차례의 연구를 통해 분석한 결과를 요약·소개한다. 편집자 주
<Z세대 5명 중 2명 ‘나는 콜 포비아’>는 최근 알바천국에서 낸 보도자료 제목으로 다수 언론에서 인용 보도했다.1) 뉴스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뉴스 기사를 검색하면 문자를 선호하고 전화를 기피한다는 뜻으로 쓰인 ‘전화 공포증’은 2013년, ‘콜 포비아’는 2016년 처음 등장한다.
연예인들의 고백, 설문조사 결과 보도, 개인 경험담 공유 등으로 인해 젊은 세대가 문자를 선호하고 전화를 두려워하는 경향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늘어났다. 필자는 평소 대인 소통 양식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었기에, 언론에서 말하는 ‘전화 공포증’ 또는 ‘콜 포비아’라 불리는 현상을 과학적으로 측정하고 정말 세대 간에 차이가 나는지 검증해 보고자 일련의 연구를 수행했다.2)
전화 피하는 이유는 경험 부족?
아주 어릴 때부터 컴퓨터, 스마트폰을 이용하기 시작했을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 문자는 기본적인 소통 채널이다. 이들은 문자 커뮤니케이션을 다양한 방식으로 아주 많이 해왔지만, 음성 통화는 그 방법이 다양하지도 않을뿐더러 해본 적도 별로 없다. 집집마다 거실에 전화가 놓여있던 시절에는 어릴 때부터 전화를 받고 거는 행동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즉, 전화 통화 행위 규범을 학습할 수 있었다. 이제는 부모들도 어쩌다 전화 통화를 할 때는 아이들이 보고 듣지 않는 곳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젊은 세대의 문자 선호와 전화 회피는 해당 채널에 대한 친숙도를 반영하는 것일 테다. 어릴 때부터 하루에도 셀 수 없이 이용해 왔을 문자는 쉽고 편하지만, 상대적으로 이용 경험이 적은 통화는 익숙지 않음이 당연할 것이다. 덧붙여 다양한 상황에서 이용한 경험이 많은 문자는 따라서 여러 상황에 이용하기 적절하고 효과적인 채널이라 여기고, 그에 비해 통화는 덜 적합하고 덜 효과적이라 여길 수도 있다. 정리하면, 나이가 어릴수록 문자를 많이 이용하고, 문자를 대인 소통에 일반적으로 적절하고 효과적인 채널이라 여기는 경향이 커지는 반면, 나이가 많을수록 통화량이 많아지고, 통화에 대한 적절성과 효과성도 높게 평가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또한 채널 친숙도가 채널의 품질에 대한 평가인 사회적 실재감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라 보았는데, 많이 이용하는 익숙한 채널일수록 사회적 실재감도 높아지는 것이다. 1차 연구에서는 이러한 일련의 중간 과정(이용량 → 채널 적합성·효과성·실재감)이 나이와 문자 선호 및 전화 불안 사이를 얼마나 잘 설명하는지 조사했다. 또한 문자메시지를 선호하고 전화 통화를 회피하는 경향성(문자 선호)과 전화 통화를 두려워하거나 불안해하는 정도(전화 불안)를
측정하는 척도를 개발했다.
연구 결과는 대체로 예측과 일치하는 방향이었다. 나이가 적으면 문자 이용량이 많아지고, 나이가 많으면 전화 이용량이 많아졌다. 문자 이용량이 많으면 문자 실재감, 적합성, 효과성이 높아지고, 전화 이용량이 많으면 전화 실재감, 적합성, 효과성이 높아졌다. 문자 채널의 실재감, 적합성, 효과성은 문자 선호를 높였고, 전화 채널의 실재감, 적합성, 효과성은 문자 선호를 낮추었다. 중간의 매개 요인들을 고려(통제)해도, 나이는 문자 선호 및 전화 불안과 유
의한 부적 관계를 보였다. 즉, 나이가 적을수록 문자 선호와 전화 불안이 높아졌다.


전화 불안의 세대 차이 얼마나?
1, 2차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문자 선호와 전화 불안의 나이 차는 주로 2030 집단과 4050 집단 간 격차인 것으로 드러났다. 문자 선호와 전화 불안은 주관적인 빈도 차원으로 측정됐다. 문자 선호의 응답 값은 전체 평균이 1차 조사에서 3.02, 2차에서는 3.16으로, 6점 척도 기준, 중간값(3.5)에 미치지 못했다. 응답 보기의 기준에서 보면 응답자들은 전화 회피(문자 선호)를 평균적으로 “가끔” 경험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 수준에서 2030(1차=3.33, 2차=3.45)과 4050(1차=2.70, 2차=2.88) 세대 간에 차이가 났다. 그리고 전화 불안의 전체 평균은 1, 2차 모두 2점대로 “아주 가끔” 수준이거나 조금 높았고(1차=2.09, 2차=2.30), 20대의 평균은 2.27, 50대는 1.82로 나타났다(1차 결과).
전화보다 문자를 이용하려는 경향성, 그리고 전화 통화 시 경험하는 불안감에 관한 척도의 응답값에는 분명 세대 간 차이가 일관되게 발견됐다. 그런데 젊은 세대가 경험하는 문자 선호와 전화 불안이 절대적인 기준에서 크다고 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라는 것은 차이가 크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정도의 차이가 앞으로도 발견되리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사례수를 늘리면 아주 작은 값의 차이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된다.
엠브레인의 2022년 말 조사에 따르면 2030뿐 아니라 40대와 50대도 선호 채널 1순위로 문자를 선택한 사람들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3) 이 비율의 크기가 2030세대에서 더 크긴 하지만 모든 세대에게 1순위 채널은 문자였다. 현재 40대 중 다수는 20여 년 전 ‘엄지족’이었을 것이다. 전화보다 문자가 편하고 통화할 때 신경이 쓰이는 느낌은 누구나 가끔은 경험할 것이다. 보통, 통화 상대나 대화해야 할 내용이 까다로운 경우에 그러하다. 특히 젊은 세대는 전화라는 매체가 익숙하지도 않은데, 통화를 해야 하는 경우는 상대가 나이 많고(다른 세대) 친하지도 않은 사람일 때가 많을 것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전화는 올드 미디어이고, 불편한 미디어일 수 있다.
경험이 쌓이면 괜찮아질까?
1차 연구에서 몇 가지 흥미로운 결과들을 발견했다. 우선, 문자 채널의 적합성과 효과성에는 문자 이용량보다 나이의 영향력이 조금 더 컸지만, 통화의 적합성과 효과성에는 전화 이용량의 영향력이 나이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필자는 이 결과를 문자 채널에 대한 태도는 세대 효과로, 전화 통화에 대한 태도는 성숙 효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보았다. 문자 적합성·효과성 인식의 차이는 10대 초반 혹은 그보다 더 어릴 때부터 문자를 이용해 온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 간의 차이로 더 잘 설명되고, 통화 적합성·효과성은 통화 이용 경험으로 더 잘 설명되는 것이다. 이미 사람들은 문자를 많이 이용하고 있고 성인이 된 사람들이 앞으로 문자를 더 많이 이용한다고 해서 문자에 대한 태도가 달라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젊은 사람들이 전화 통화 경험이 쌓여 그것에 친숙해지면 통화에 대한 태도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해석은 아직 검증이 필요한 추정이고 가설이다.
다음으로, 나이가 어리다고 하여 문자를 통화보다 더 적합하거나 효과적이라 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20대의 경우는 문자를 통화만큼 적합하고 효과적이라 여겼다. 이들에게 대인 채널로서의 적합성과 효과성은 문자나 통화가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30대부터는 통화의 적합성과 효과성이 문자보다 높았다. 통화를 우월하게 평가한 것이다. 게다가 실재감 결과는 나이와 전혀 관계없이, 어느 연령대이건 통화의 사회적 실재감이 문자의 실재감보다 일관되게 높았다.
사회 불안으로서의 전화 불안
문자와 전화는 모두 매개된 대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다. 전화 통화는 상대를 볼 수 없다는 점을 빼고는 면대면 대화처럼 말해야 하는 직접적이고 동시적인 커뮤니케이션이다. 반면, 문자메시지는 문자를 주고받는 비동시적 상호작용이다. 음성 대화와 비교해 문자 주고받기는 메시지를 미리 준비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고유의 특징을 갖는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매개된 문자 커뮤니케이션은 대면 접촉에 어려움(수줍음, 불안 등)을 겪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대안이 될 수 있다. CMC(Computer-Mediated Communication) 분야에서는 이용자의 사교적 능력이 면대면과 CMC 상황에서 다르게 작동할 수 있음을 밝혀왔다. 물론 면대면 상황에서 사회적으로 유능한 사람들은 CMC에서도 대체로 그러하지만, 수줍음이 많거나 불안감이 큰 사람들에게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되고 즉각 반응하지 않아도 되는 CMC는 보다 편안하고 안전한 소통 방식이다.

사회 불안은 사회적 상황에서 실재하거나 예기되는 평가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을 일컫는다. 이러한 상태는 사회적 상황에서 통제감이 부족한 경우 또는 통제감 상실을 예상하는 것만으로도 촉발된다. 따라서 전화 회피와 전화 불안은 사회 불안의 맥락에서 설명될 수 있다. 사회 불안이 높으면 문자 채널의 특징인 편집 가능성과 같은 통제감을 필요로 하고 따라서 준비할 여유가 부족한 전화 통화는 두려워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
회 불안이 문자 통제감 선호를 거쳐 전화 불안으로 이어진다면, 사회 불안은 나이(세대)와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2차 연구에서는 사회 불안과 문자 채널의 통제감이 문자 선호와 전화 불안을 얼마나 잘 설명할 수 있는지 탐색하면서 세대 차이를 재검증해 보았다.
연구 결과, 문자 선호의 본질은 문자 채널이 주는 통제감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사회 불안은 문자 채널의 통제감, 문자 선호(전화 회피), 전화 불안 모두와 관련돼 있었다. 1차 결과처럼 문자 선호와 전화 불안은 나이가 어릴수록 강해졌고, 문자 채널의 통제감 선호도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사회 불안도 나이에 따라 차이가 났다. 나이가 어리면 사회 불안 수준이 높았다. 문자 기반 미디어가 확산한 정도에 따라 문자에 대한 친숙도가 다를 것이기에 문자 채널이 갖는 통제감에 대한 선호도가 어릴수록 큰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런데 세대 간에 사회 불안 수준이 다른 것에 대해서는 간단히 해석하기 어렵다.
최근 세계적으로 청소년과 청년 세대의 정신 건강 문제와 미디어 이용의 연관성에 관한 논란이 증가하고 있다.4) 심리사회적 발달 단계에서 가장 예민한 시기인 청소년기에 우리 아이들은 온라인이라는 거대한 무대에 올라선다. 그리고 그 무대는 한번 올라가면 쉽게 내려올 수가 없다. 젊은 세대가 사회 불안 수준이 높고 문자가 주는 통제감을 좋아하며 직접적이고 동시적인 전화 통화는 즐기지 않는 것이 어릴 때부터 속해있던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환경에 적응한 결과일 수 있다. 물론 사회 불안 수준의 세대 차이는 더 검증돼야 한다. 청년 세대의 전화 불안 수준이 높은 것은 사회 불안을 포함해 이들 세대의 심리적 취약성이 반영된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이런 결과가 이들이 더 불안정한 사회경제적 조건에 처해 있기 때문인지, 생애주기상 자연스러운 특징인지, 미디어 이용의 영향인지, 또는 다양한 요인들의 복합적인 작용인지에 대해서도 정교하게 밝혀지기를 기대한다.
이메일이 뉴미디어였던 시절에는 이메일로 사적이고 친밀한 소통을 많이 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이메일은 업무와 광고 메일함이 됐다. 전화 또한 마찬가지로 이제 광고, 여론조사거나 아니면 바라지 않는 시급한 용무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화 이용 관습과 규범이 바뀌었고 따라서 전화 회피가 특별한 현상은 아니다. 일상에서 누구나 걸려오는 전화를 받지 않는 때가 있으며, 이는 두려움이나 불안 때문이라기보다는 다른 이유일 때가 더 흔할 것이다.
1) 박진용, <아이유도 앓는 ‘이 공포증’…Z세대 40% “증상 겪고 있다”>, 서울경제, 2024.10.11, https://www.sedaily.com/NewsView/2DFIZJNQYD/GD0702
2) 진보래(2024), <MZ는 전화를 두려워하는가? 문자 선호와 전화 불안의 세대 차이>(1차 연구), 한국언론학보, 68(3), 43-82쪽, https://doi.org/10.20879/kjjcs.2024.68.3.002
진보래(2024), <MZ는 왜 전화를 두려워하는가? 사회 불안의 세대 차이>(2차 연구), 커뮤니케이션이론, 20(3), 228-272쪽, https://doi.org/10.20879/ct.2024.20.3.228
3) <“친한 사이 아니라면 전화는 글쎄” 텍스트 위주 소통 늘며, 통화 부담감 높아져>,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2023.2. 15, https://www.trendmonitor.co.kr/tmweb/trend/allTrend/detail.do?bIdx=2511&code=0401&trendType=CKOREA
4) Haidt, J., 《Anxious generation: How the great rewiring of childhood is causing an epidemic of mental illness》, Penguin Press. 2024, 이충호(역), 《불안 세대》, 웅진지식하우스, 2024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